붉은서나물 씨앗은 솜털 날개를 달고 여행을 떠나려고 해. 내가 만약 저 씨앗이라면, 두려움 반 설레임 반 떨리는 마음일까? 아니면, 바람에게 편안히 몸을 맡기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날아오를 때를 기다릴까? 내겐 믿음이 필요해.
오늘은 슬퍼.
모래놀이 하면서 만나는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아이의 질문이 날 묘한 기분에 빠뜨렸지.
" 선생님, 여기는 왜 수요일에만 와요?"
" 왜? 수요일에만 놀러 오냐구?"
" 매일매일 오면 안 돼요?"
" 여기에 매일 오고 싶구나! 그런데, 다른 날엔 선생님이 일하러 가거든."
" 일요일에는요?"
" 음..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고.."
" 그럼, 토요일에는요?"
" 토요일에는 일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 그럼, 일요일에..."
아이는 말꼬리를 흐리며 입을 다물고..
나는 매일매일 놀러 오길 원하는 그 마음을 알기에 할 말을 잃고..
내가 아이와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듯이, 아이는 수요일이 되면 우리집 앞까지 막 뛰어오곤 했어. 그 아이의 뜀박질은 너무 사랑스러워.
난 2 층 난간에서 기다리고 섰다가 손을 흔들며 다정스레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문을 열어주지.
그 아이와 나만의 특별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로는 표현 못 해.
누군가 아무 조건없이 너만을 위해 존재해 준다고 상상해 봐.
놀이의 주인공은 아이 자신이기 때문에 난 그냥 믿고 신뢰하며 지켜봐 주면 돼. 때론, 이 역할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믿고 신뢰하는 것 말이야.
어쩌면 아이를 믿는 것보다 나 자신을 믿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지도 몰라.
매일매일 즐거운 일들로 가득차길..
마법처럼 아이들 소원이 이루어지길..
꿈 같은 이야기지?
그렇지만 난 계속 꿈을 꾸겠어.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을 만날 때 난 슬프고 아프고 진짜로 배가 고파.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한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아이가 외치고 있잖아.
작은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다시 열매를 맺듯이, 우리의 작은 사랑도 무럭무럭 자라서 세상 가득 사랑으로 채울 날이 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