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해안을 지나 해녀콩 서식지를 지나려 할 때 백구가 멈춰 섰다.
듬성듬성 놓인 돌을 건너야만 하는 해안길을 따라올 수 없었던 녀석이 주저않아 날 주시하고 있다. ' 잘 됐어. 이젠 집으로 돌아가거라'
 300미터 쯤 걸으며 뒤를 돌아보니 미동도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녀석이 눈에 밟혀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4 시간 넘게 동행한 친구인데...배도 고플텐데...'
길을 되돌아 인가를 지나 다시 금능포구와 금능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비양도가 눈 앞이다.
" 바다빛이 환상적이네!"
 2 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배가 고프다.
백구도 몹시 허기진 모습으로 버려진 생선머리를 먹으려다 뱉는다. 상했나보다.백구의 마지막 모습을 찍자 배터리가 나갔다. 

 큰 길 가 '대영가든'이란 음식점이 보인다.
여기는 금능리!
어제, 민박집을 가려면 '금릉'이란 정류장에서 내려야하는데, 실수로 금능리에 내렸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 마을과 인연이 있나보다.
 음식점 주인 아저씨는 밖에 개가 기다리고 있다며 신기하게 보신다. 
백구와의 인연에 대해 말씀드리니 개밥을 챙겨 주시겠다고 하시며 음식점 뒤로 개를 유인해 달라고 하신다. 아저씨를 절대 따라가지 않던 녀석이 내가 주인집으로 앞서 가자 잘도 따라온다. 날 주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란다. 일하시던 아주머니는 밥을 들고 따라와 개집 안쪽에 놓아 주셨다. 주인집엔 암놈이 홀로 넓은 집을 차지하고 있다가 숫놈이 오자 문을 뛰쳐나와 둘이 통성명을 하는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저씨의 도움으로 두 마리를 개집에 넣자 둘은 곧 서로가 맘에 들었는지 식사도 하고 잘 지냈다. 다행이다. 맘이 편해진 나는 맛있는 해물탕에 늦은 점심을 먹었다. '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좋은 주인과 좋은 인연을 찾아 줬으니 4 시간 넘게 동행해 준 백구에게 보답해 준 셈이고 이젠 갈 길을 편히 가야지'
 
 이젠 홀로 길을 걷는다.
백구와 걸을 땐  가는 곳마다 날이 개어 햇살이 비추곤 했는데  찌푸린 하늘에 이슬비까지 내린다. 그 친구가 그립다.
협재 해수욕장을 지나 옹포포구를 거쳐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하여 14코스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 해가 가기 전 백구 널 보러 다시 올레길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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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령숲길을 지나 무명천 산책길을 돌아 월령해안에 도착했다.
아무리 가라고 쫒아도 계속 따라오는 백구와 물을 나눠 마셨다.
' 어디까지 따라오려는지... 난 오늘 늦은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 친구와 나는 특별한  인연인 게  틀림없다. 바다를 좋아하는지... 앞서 달려가며 신난 녀석이 해안으로 뛰어들며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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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길 14코스 4월 27일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혼자 걷는 길이 좋다.
오시록헌 농로를 지날 때부터, 예전에 언니네서 키우다 늙어 죽은 백구와 똑같이 생겨서 백구라고 이름지은, 백구가 동행해 준 산책이라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이 친구도 걷은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것이 틀림없다. 백구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친근한 녀석이다. 
 오랫동안 14코스에 살았던지, 길을 내내 안내해 주는 듯 앞서 가다가 사진 찍느라 지체하는 나를 기다리기도 하고  뒤돌아 다시 내게 달려오며 빨리 가자고 재촉하기도 하는 백구가 든든하다. 
 두 시간  넘게 걷고 나서 간식을 함께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 이 녀석 집이 없나? 왜 계속 따라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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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7. 10:58 추억

백구

백마처럼
도도한 자태로
산책 길 동행해 주었던 너!
너의 쥐잡기는 아주 멋졌어!

가끔 만나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넌 마중 나와 주었지.
혹시, 날 기다렸던 거야?

배즙을 만들 때
기침하는 네게 가장 부드러운 배를 먹기 좋게 썰어 주었는데..
참 맛있는 '아삭아삭' 소릴 내며 먹은 넌 곧 건강해졌어.
넌 그 때 이미 할머니였지만,
내겐 네가 할머니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넌 내게 영원히 친구니까..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넌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치며 날 바라보곤 했지.
내가 맛있는 것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네겐 늘 있었기에
난 그 기대를 충족해 주고 싶었단다.
어떻게 그 맑은 눈망울을 무시할 수 있겠니?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식을 먹어도
넌 늘 내 주변을 서성였지.
이미 넌 네 몫을 준비하는 내 맘을 알고 있었던 거지?
난 네 눈빛만 봐도 네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어.

그건 아주 쉽고 편한 대화법이었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진실된 눈으로 서로를 대할 때에만 가능해.
의심의 싹이 트는 순간, 진실은 왜곡되어 시야를 흐리지.

가끔은
네가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날 무조건 믿고 신뢰하는 네 행동이 말이야. 

사람은 때때로 말과 신념과 행동이 불일치하거든.
인간은 가끔씩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오해를 하기도 해.
제 안에 있는 것인데도, 남의 것이라고 ...( 좀 어려운 말로는 '투사' 라고 해. )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를 지적하지.

만약에
내가 널 그저 늙은 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면
네 눈동자와 네 몸이 말하는 언어를 이해 할 수 없었을거야.
넌 내 발소리와 향기를 알고 기억해 주었고
난 네게 내 마음을 표현하며 말을 걸곤 했기에 우린 벗이 되었지.

힘이 들 땐
그저 곁에 서성여 주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지.
어떤 때는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하기도 해.
신비였어.
너와 내가 교감할 수 있었던 거 말이야. 

참 이상하지?
사람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데..
우린그저 바라만봐도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말이야.

네가 그립다.
네 눈동자가 어른거린다.
네가 사람처럼 오래 오래 살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름다운 백구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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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esand

2008. 7. 6. 20:20 추억

백구를 위한 애가

평생을 한결같이
충직한 모습으로


배과수원을 지키며
조카들에겐 친구이자
내겐 소중한 벗으로


사랑받은 아름다운 백구
오늘 잠들다.

넌 우리 맘속에 영원히 살아있어.
너와의 추억이 담긴 과수원길을
다시 걸을 용기가 없구나.


그저
슬픔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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