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의 작품 '살탄황제 이야기'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Знай, близко судьба твоя,

 Ведь, царевна эта - Я"

"알아 봐, 너의 운명의 짝은 가까이 있어. 그 공주는 바로 나야"

이 고백 후에 백조는 아름다운 처녀로 변신합니다.  

그비돈 왕자가 백조로 변한 공주를 못 알아보고, 백조의 말을 믿지 않는 태도를 보일 때,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백조는 지속적으로 왕자를 도와주고 친구가 되어 늘 곁에 있었거든요.

 동화 속 공주의 모습은 땋아 내린 머리에 초승달이 빛나고, 이마에는 별이 반짝이며,  강물이 흐르듯 달콤하고 맑은 목소리를 가진, 공작새처럼 아름다운 처녀입니다. 낮에도 환히 빛나고, 밤엔 달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는 존재. 

백조는 영혼을 고양시키고, 삶의 어둡고 신비스러운 측면에 대한 지식을 가져다 주는 존재의 상징이래요. 그비돈 왕자가 극한 어려움에 처하고 섬에 고립되었을 때, 자신이 태어난 고향과 황제인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눈물 흘릴 때, 외로울 때에도 실제적인 도움을 주며 친구가 되어주던 백조. 이런 백조같은 친구가 우리 내면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운명의 짝은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살면서 목소리를 내어 말을 걸고 힘이 되어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나 자신과 나누는 대화' '비밀의 방'에서 나누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어요.  

평생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의 짝은 바로 나의 내면에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9-5 Black Swan=정화  (0) 2020.01.20
9-4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7
9-3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6
9-2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4
9-1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2
Posted by heesand

2020. 1. 20. 17:12

9-5 Black Swan=정화

백조- 백조는 영혼을 고양시키고, 삶의 어둡고 신비스러운 측면에 대한 지식을 가져다주는 존재의 상징이다. 

숲- 어둠, 혼돈, 불안정의 장소. 그러나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자들에게는 평온과 피난의 장소일 수도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찾아내야 할 비밀과 마주 대해야만 할 어두운 감정과 기억이 들어있는 무의식의 상징이다. 

정원- 관리되는 자연. 자연과 마찬가지로 보살피고 키워야 할 인간 영혼의 상징이다.

그림자- 억눌러버린,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은 자신의 한 부분이다.

*참고서적: 상징의 비밀 (데이비드 폰태너)


 BTS의 앨범 '영혼의 지도-7' 편에 Shadow와 Black Swan을 보고 들으며 느낀 것들을 융의 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다른 시각 또한 존재함을 인정한다. 여러 관점에서 보는 것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는 장점이 있어서 좋다. 나는 현대무용가들의 아트필름과 가사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 갈 것이며, 동시에 이해를 돕기 위해 연상되는 동화나 문학 작품들을 참조할 것이다. 


 공연 무대는 버려진 듯한 건물로 보인다. (버려진 쇼핑몰?) 과거에는 활기찬 장소였으나 현재는 잊혀지고 버려진 (개인 무의식)내면을 묘사하기에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공간은 없을 것 같다. 사선으로 빛이 비취는 공간을 지나 빛이 없는 공간으로 이동한다. 즉,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처음 춤을 춘 무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내려가면 아래층이 있고, 또 다른 아래층으로 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몇 층 건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음은 분명하다. 즉, 깊은 무의식층으로 무대가 이동하며 공연을 한다.

 

사람이 인생의 두려움이나 위기상황에 처할 때는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을 들여다 보며 자아성찰을 하게 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되어 사람을 더 온전한 사람이 되게 돕는다.

    

 이들이 첫 퍼포먼스를 펼치는 곳은, 바닥에 고인 물에 무용수들이 비춰서, 마치 호숫가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 노래의 제목대로 주인공 댄서가 흑조라 가정해 보자. 사실, 흑조인지 백조인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억눌러 버린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에 해당하는 자아의 다른 모습(개인 무의식의 그림자에 갇힌 자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빛에 노출되지 않아서. 즉, 아직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어둠의 상태로 남아있는 것 아닐까? 아직은 발견되지 않은 어두운 나의 반쪽 같은 모습이랄까? 


 그림자처럼 보이는 6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흑조를 둘러 싸고 날개를 조종하듯이 펼치기 전, 메인 무용수가 날개짓을 시작할 때, 등을 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랐다. 채찍에 맞은 느낌. 이 소리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무용수는 소리없는 소리를 지를 정도(악몽을 꿀 때의 느낌)로 공포에 질려 있다. 무용수가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무용수가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한다. 이 죽음은 너무나 아프다. 뒷목이 잡혀 바닥에 던져지고 몸이 밟히고 손과 발이 묶이고 감옥에 갇히고.. 벗어나려 발버둥 치나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죄인이 고난을 당하고 심문을 당하는 것 같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장면이 연상된다.


" 가장 깊은 곳에서 나는 나를 봤어"라는 가사가 들리며 감옥이 사라지고 "천천히 눈을 떠. 여긴 나의 작업실 내 스튜디오" "두 눈을 뜨고 나의 숲으로.. 그 무엇도 날 삼킬수 없어. 힘껏 나는 소릴 질러" 그림자를 체험하고 난 후에 무용수는 검은 무용수들을 뒤로 하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다리를 건너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홀로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낸다. 심장소리는 처음과는 달리 빨리 뛴다. 눈을 뜨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자아(EGO)가 깨어나는 것과 같다. 죽음은 곧 새로운 탄생을 뜻하기 때문이다. "Film it now. Do you hear me?" 기록한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이다. 꿈 분석시에 잠에서 깨어 나면 기억하기 위해서 꿈을 기록하게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히 알기 원할 때 동영상을 찍듯이.. 이 가사 덕분에 나는 EGO가 그림자를 인식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신했다. 

 

 무언가 용기를 내어 결심한 듯, 계단을 내려간 무용수는 더 이상 그림자에 조종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맞서고 그들을 스스로 컨트롤하고 그림자와 조화를 이루어 힘찬 날개짓을 하며 중심에 선다. 이 때 카메라가 이동하며 하늘을 보여 준다.흥미로운 것은, 노래의 후렴구는 처음과 변함이 없는 것 같은데, 무용수의 춤이 자율적으로 달라진 점이다. 즉, 환경은 바뀐 것이 없는데, 나의 인식이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그림자는 더 이상 나를 옥죄는 적도 감옥도 아니다. 내가 끌어 안고 조절하며 에너지를 얻는 힘의 원천으로 변화한다. 두려움은 확신과 열정으로 변모한다. 이 날개짓에서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 무대 우측 상단의 벽에는 사람 눈과 코로 보이는 그림(이 그림은 V가 공연할 때 입었던 옷에서 본 것 같다.)과 Hungry, Power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또 다른 글씨는 해독을 못 하겠다. 



 노래 목소리와 가사와 무용이 영상으로 하나가 된다. 현악기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더해지니 감동적인 예술 작품이 완성되었다. 노래와 음악과 춤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삼위일체를 보는 것 같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면세계의 숲을 여행한 느낌이다. 


융은 말한다.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는 자아실현을 위해 '의식화' 되기를 원한다고.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길에서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그림자를 인식하고 의식화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꿈의 분석을 통해 그림자를 깨닫게 되는데.. 전문가만이 분석을 할 수 있으니 일반인에겐 접근이 어렵다. 또 다른 방법은 그림자가 타인에게 투사될 때, 투사된 그림자를 내 것으로 거두어 들이는 방법이 있으며 일상 생활에서 실천이 가능하다. 남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기 전에 나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자아성찰을 위한 산책이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창작 활동을 해도 좋겠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숲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면의 자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내면의 정원을 가꾸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쓸고 닦고 쓰레기를 버리고 물을 주고 거름도 주면서 내 마음의 정원을 부지런히 돌본다면 건강하고 튼튼한 나무가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것이고 새들도 와서 노래를 부를 것이다. 버려진 비밀의 화원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아! 참 좋다.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심리학이 예술을 통해 형상화되고 음악으로 들려지는 것이 즐겁고 감사하다.

 

   "미운 오리새끼" 동화에서 오리와 다르게 생긴 것 때문에 놀림과 배척을 당하고 무리에서 소외되고 자기 스스로도 위축 되었던 어린 백조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발견하고 백조가 되어 날아가는 모습을 연상해 본다.

'나는 백조로 태어났는데, 오리인 줄 알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 너머 진귀한 보석이 있는 푸른 바다를 탐험해 보자. 

우리의 소우주는 광활하고 신비하니까..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용기내어 모험을 떠나라.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 


Black Swan을 한 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내 영혼을 정화(淨化)시킨다.

카타르시스

Catharsis

Catarsis

Catа'rtico

Kaтарси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9-6 백조가 내 안에 산다.  (0) 2020.02.05
9-4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7
9-3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6
9-2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4
9-1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2
Posted by heesand

 5월의 햇살이 찬란한 날입니다. 

 

 자, 살탄황제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오늘은 대략적 줄거리만 전하려고 합니다. 

왕비와 왕자는 파도에 밀려 해변에 도착해서 통나무 밖으로 나왔습니다.

사면이 바다인 작은 섬의 언덕에 참나무가 있어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저녁 먹거리 사냥에 나섭니다.  

바닷가에서 솔개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백조를 구해줍니다.

백조는 왕자를 구원자라 칭송하며 자신을 위해 3일간 금식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자기는 백조가 아니라 처녀이고, 솔개는 마법사라면서요. 그 댓가로 좋은 선물과 섬김을 약속하면서요.

배고픈 왕비와 왕자는 잠자리에 들지요. 잠에서 깨어 보니, 하얀 성벽을 두른 멋진 성이 보입니다.

백조가 선물한 나라에서 왕자는 대관식의 주인공이 됩니다. 

Князь Гвидон  그비돈 왕자 

 

 장면이 바뀌어 왕자가 상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세상 소식을 듣는 장면입니다.

앞으로도 이 장면은 4회 더 나옵니다. 선장의 교역품이 바뀌고 왕자가 황제에게 전하는 문장이 조금씩 바뀝니다.

첫 번째 선박이 그비돈 왕자의 섬에 도착한 날, 아버지가 보고 싶던 왕자는 백조에게 그 사실을 말합니다.

그러자 백조는 왕자를 모기로 변신시켜 아버지의 나라를 방문하도록 돕습니다. 

두 번째는 파리로 변신해요.

마지막에는 왕벌(땅벌의 일종)로 변신하여 고향을 방문합니다.

 

 살탄황제는 뱃사람들로부터 그비돈 왕자의 왕국에 대한 기적적인 이야기들을 전해 듣고, 왕자의 인사를 전해 듣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인 것은 모르는 상태입니다. 황제가 왕자의 나라를 방문하려고 할 때마다 방해하는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첫 번째 훼방꾼은 요리사- "새로운 섬 생긴 게 뭔 기적이야? 전나무에서 다람쥐가 노래하며 황금 잣열매에서 에메랄드 잣 정도는 까야지.." 두 번째 방해꾼은 방직공 - " 기적이라고 하려면, 적어도 바다에서 33 명의 장수 정도는 나와서 성을 순찰해야 기적이지." 세 번째는 노파 - " 아니, 바다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거니는 것이 뭐가 놀라워? 게다가 뱃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어떻게 알아? 어느 바닷가에 산다는 아름다운 공주 정도는 되야 기적이지."  노파가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과 목소리를 묘사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왕자도 첫눈에 반하는 여성상이예요. 이 공주를 그린 화가가 있을 거예요. 찾아 볼게요.

 

  아버지의 나라에 다녀 올 때마다, 백조는 왕자와 대화를 나누며 그의 감정과 마음을 헤아립니다.

 백조는 왕자를 위해 기적을 일으켰어요. 이번 고민도 해결 될까요? 

"보니까, 사람들은 결혼해. 그런데 난 결혼도 안 하고 다니네." 

"어떤 사람을 원하는데?"

왕자는 왕벌이 되어 노파에게 들었던 공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 이런 공주가 있다는게, 정말 사실일까?"라며 왕자가 백조의 대답을 애타게 기다리는데, 공주는 침묵하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해요. 

" 물론이지! 그런 처녀가 있어."

"Но жена не рукавица:  С белой ручки не стряхнешь Да за пояс не заткнешь."

그러나 아내는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다며, (직역-아내는 벙어리장갑이 아니야.?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충고를 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왕자는 고민 끝에 결심하고 백조를 만나요. 이 세상 끝까지 걸어서라도 아름다운 공주를 찾아 내 반드시 결혼하리란 맹세를 합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조가 깊이 한숨을 쉬며 말합니다. 

"왜 그렇게 멀리 가? 알아 봐, 너의 운명은 가까이 있어, 공주는 바로, 나니까." 

 

 Знай, близко судьба твоя,

Ведь, царевна эта - Я

 

백조는 날개를 퍼득이며 높이 날아 오르더니 해변가 수풀에 내려 앉았어요.  

몸부림치듯 몸을 떨더니 공주로 변신했어요. 어머니의 축복을 받으며 둘은 결혼해요.

 

 네 번째, 그비돈의 섬으로 배가 들어옵니다. 이번 선주는 무엇을 팔았을까요? 

상인들에겐 허락되지 않은, 지정되지 않은 물건(선주에게는 허락된) 을 팔았다고 특이하게 대답해요. 이전 까지는 물품을 정확히 표현했거든요. (흑갈색 여우와 흑담비의 모피, 말, 순금과 은, 철제 물건) 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왕자가 ,살탄황제에게 변신한 모습으로 가지 않고, 아내와 함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살탄황제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다는 섬에서 그비돈 왕자가 전하는 말 "황제가 이곳에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네요."을 듣고 급히 출항 준비를 명령합니다.  왕비의 두 언니와 노파가 황제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자 "내가 뭐야? 황제? 아니면 어린애?" 호통을 치고 정색을 합니다.  

" 지금 당장 가자."라며 발을 쾅쾅 구르고는 문을 쿵 소리 나게 닫고 밖으로 나갔어요. 하하하!

 

 그비돈 왕자가 홀로 창가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응시하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바다 저 멀리서 살탄황제의 깃발이 나부끼며 배가 들어옵니다.

너무나 감격한 왕자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귀로만 들었던 기적적인 풍경들을 눈으로 직접 보며 황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왕궁으로 안내받던 황제는 아름다운 공주와 그 옆에 있는 여인과 마주칩니다. 

"내가 지금 꿈을 꾸나?(내가 지금 뭘 보는 거야?) 이게 뭐야? 어떻게.." 말을 잇지 못하고 왕비를 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아들과 며느리까지 만난 황제는 너무나 기뻐서 연회를 즐깁니다. 

이때, 구석으로 도망친 세 명의 여자는 벌벌 떨며 사실을 고하고 죄를 자백하며 통곡합니다. 

황제는 기쁜날을 위해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전래동화에 주로 등장하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나도 그곳에 가서 꿀맛 술을 마셨지- 그리고 수염만 적셨지."

 

Я там был; мёд, пиво пил -

И усы лишь обмочил.

 

https://www.tretyakovgallery.ru/en/

 

Main page

Официальный сайт Третьяковской галереи

www.tretyakovgallery.ru

 20세기 전반의 14 번에 가시면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브루벨의 그림이 있어요.

Vrubel Mikhail Aleksandrovich / Swan Czarevna 1900 년 작품

Врубель Михайл Александрович 

공주가 백조로 변모하는 순간을 담은 그림입니다.

푸시킨의 이야기에서는 반대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지요. 백조가 공주로 변하니까요.

동화 속 백조공주의 모습은 땋아 내린 머리에 초승달이 빛나고, 이마에는 별이 반짝이며,  강물이 흐르듯 달콤하고 맑은 목소리를 가진, 공작새처럼 아름다운 처녀입니다. 낮에도 환히 빛나고, 밤엔 달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는 존재.

백조는 영혼을 고양시키고, 삶의 어둡고 신비스러운 측면에 대한 지식을 가져다 주는 존재의 상징이래요. 

최고의 아니마상이네요. 청년 그비돈 왕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아니마상. 

백조가 왕자를 위로하며 감정을 살피고, 고민을 세심하게 들어주는 모습이..  

와~ 감동입니다.

이것으로 푸시킨의 살탄황제 이야기를 마칩니다. 

우리 마음 속에도 백조 같은 친구가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평안!

 

백조공주 구름/18.05.2019

'' 카테고리의 다른 글

9-6 백조가 내 안에 산다.  (0) 2020.02.05
9-5 Black Swan=정화  (0) 2020.01.20
9-3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6
9-2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4
9-1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2
Posted by heesand

 안녕하세요? 오늘은 러시아 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Здравст/вуйте! 즈드라아스ㅌ/vㅜ이쩨 / 파도를 타는듯한 리듬으로, 두 박자로 발음하시면 되고, '아'에 강세가 있으니 약간 길게 힘주어 발음해요.

저도 여전히 어려워하는 발음입니다. '즈드라'는 한 음절로 합쳐서 빨리 소리 내시고 억양을 살리면 좋아요.

'vㅜ이'라고 쓴 이유는, 한글의 ㅂ과 발음이 달라서요. 영어의 B가 아니라 V 소리가 정확해요.

친구 사이에 격식 없는 표현인 ' привет / 쁘리v에엣' 도 있어요. 

자, 그만 tmi, 푸시킨의 살탄황제 이야기를 계속합시다.

 

 두 언니가 노파와 작당하여 파발꾼을 고주망태가 되게 한 후 편지를 바꿔치기 한 장면에서 끝났죠?

바로 고놈의 편지 내용을 봅시다.

<Царь велит своим боярам, Времени не тратя даром, И царицу и приплод Тайно бросить в бездну вод>

<황제가 명령한다 수하의 귀족들에게,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왕비와 그 새끼를 비밀리에 던져라 심해로>

 

※ приплод - 동물의 한 배 새끼, 가축의 새끼를 통칭하는 낱말. 부들부들~ 너무해. 조카인 건강한 왕자를 짐승의 새끼처럼 취급하다니.. 예, 알아요. 환상동화라는 거, 그래도 속상해서요. 이 낱말로, 질투와 시기심에 눈 먼 언니들이 동생까지  짐승 취급했음을 알 수 있지요. 어미의 배에서 새끼가 나왔으니까요. 

 여기는 어디?

망망대해

 파란 하늘에 별들이 총총총총

 파란 바다에 물결이 출렁출렁

바람따라  먹구름은 둥두두둥

파도따라 통나무는 술렁술렁

 

통나무 속엔?

왕비와 아기왕자

왕비는 비탄에 빠진 과부처럼 슬피 울며 그 속에서 싸운다.

아기는 하루가 아니라, 매 시간마다 자란다.

하루가 지났다.

 

왕비는 고래горе 목청껏 소리치나

 아이는 파도를 재촉하며 노래하네

Ты, волна моя, волна!

Ты гульлива и вольна;

Плещешь ты, куда захочешь,

Ты морские камни точишь,

Топишь берег ты земли 

Подымаешь корабли-

Не губи ты нашу душу:

Выплесни ты нас на сушу!

 

v알나아~v오올나~자호오체쉬~또오치쉬~지물리이~까라블리이~두우슈~쑤우슈~! 

더 쓸 수가 없네요.

왕자가 바다에게 건네는 시가 너무 애절하고 아름다워서요.

제가 만약 파도라면 기꺼이 즐거이 아이의 소원을 들어 줄 거예요.

푸시킨은 시로 연주하는 음악가! 시어로  풍경을 그려내는 화가!  

저는 번역을 하지 않겠어요. 

이 시의 리듬을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바다 물결이 흘러가는 풍경을 묘사하네요.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자유롭게 이동하는 , 돌들을 연마하는, 해변에 밀려드는 , 배를 마치 들어올려 움직이는 듯한, 파도의 힘과 능력을 찬양하는 노래 끝에 이렇게 말합니다. "파도야,우리 영혼을 삼키지 마. 파도야, 우릴 뭍으로 뱉어내. "

왕자의 명령에 바다(파도)가 순종합니다. 

이들이 도착한 땅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다음 시간에 계속..

 

 자,  이 느낌을 가지고 이제 미술관으로 갈까요?

바다 감상하러, 술탄왕비와 왕자를 응원하는 심정으로 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남 화가를 소개합니다.

https://www.tretyakovgallery.ru/en/

 

Main page

Официальный сайт Третьяковской галереи

www.tretyakovgallery.ru

Ivan Konctantinovich Aivazovsky 

이반 콘스탄티노비치 아이바조프스키 

Иван Константинович Айвазовский (1817.07.29~1900.05.02) 

초상화; 19세기 전반, 10번-1841년 작품

바다 풍경화; 19세기 후반, 20번 -1873년 작품/ 제목이 무지개입니다.

다른 바다 그림도 있으니  감상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안녕. 빠까 빠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9-5 Black Swan=정화  (0) 2020.01.20
9-4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7
9-2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4
9-1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2
9.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1
Posted by heesand

https://www.tretyakovgallery.ru/en/

 

Main page

Официальный сайт Третьяковской галереи

www.tretyakovgallery.ru

  오늘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을 만나러 가요.

19세기 초반, 12번에 가시면 푸시킨의 초상화를 보실 수 있고, 확대해서 보시면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요. 그림 하단의 설명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고요.

리라를 들고 있는 뮤즈(muse / муза )의 조각상( статуя )이 눈에 띄네요.

37세라는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러시아 문학의 거장. 

어깨에 두른 격자무늬의 직물 (타탄/ шотландка )도 보셨지요?

유럽의 천재 시인 바이런을 연상시킨대요.

동시대 사람들과 회고록은 이 초상화를 푸시킨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으로 간주했답니다. 

자, 이제 시인의 얼굴을 보세요.

바이칼 호수처럼 푸른 눈이 왼쪽을 응시하고 있네요. 팔짱 낀 자세로요.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푸시킨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쉬는 그를 만날 수 있어요.

저는 살탄황제 이야기( СКАЗКА О ЦАРЕ САЛТАНЕ.. 원래 제목은 엄청 길어요.)를 인형극으로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바다에서 배가 움직일 때, 물결치는 장면 묘사- 명도차가 나는 푸른색 천 여러 개를 펄렁거리는 것으로 파도를 표현했는데, 생동감 있고 아름다웠거든요. 이 장면에서 반복되던 노래가 아직도 생각나네요. 꼬마 관객들이 함께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중 '왕벌의 비행'은 유명하지요.

자, 이제 시작합니다. 술탄황제 이야기요.  시의 형식으로 쓴 동화라서 운율이 중요해요.

이야기 중간에 원문을 넣어 그 느낌을 살려 볼게요. 반복되는 내용은 생략합니다.

 

 늦은 저녁에 세 자매가 창가에서 실을 잣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 прясть/실을 잣다. 실로 만들다.) 

세 자매는 만약 왕비가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요.

" приготовила б я пир, 난 연회를 준비하겠어."라고 한 아가씨가 말했습니다.

" 이 세상에서 나 혼자 아마포(полотна/linen)를 짤 거야"라고 다른 아가씨가 말해요.

"아버지와 황제를 위해서, я б родила богатыря,/ 난 용감한 장수를 낳을거야."라고 세째가 말합니다.

신붓감을 찾아 잠행을 나온 황제가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고는 세째가 맘에 들어 프로포즈를 합니다.

"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아가씨, 부디 왕비가 되어주오. 9월 쯤에 내게 용감한 장수를 낳아주시오." 

하하하! 아주 직설적입니다. 위의 문장을 사투리로 표현하면? ㅋㅋㅋ 네, 상상에 맡길게요.

두 언니에게는 소원대로 요리사와 방직공 자리를 하사했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성대한 결혼식을 하고 첫날밤을 치릅니다. 

 

 신혼을 즐길 새도 없이, 황제는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갑니다.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왕비는,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돌보듯이, 정성껏 왕자를 키웁니다.

이 표현이 너무 좋아서 원문으로 기록해야겠어요.

И царица над ребёнком, Как орлица над орлёнком.

이 짜릿차 낟 리뵨깜, 깍 아를릿차 낟 아를룐깜. 

아버지가 된 황제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 편지를 파발꾼에게 보내는 도중에, 왕비를 시기하던 언니들과 노파가 편지 내용을 바꿔서 보냅니다. 문장의 운율이 딱 딱 맞는 것을 보실 수 있지요?

 

Родила царица в ночь 라질라 짜리차 ㅂ노치

Не то сына, не то дочь; 니 또 씌나, 니 또 도치 

Не мышонка, не лягушку, 니 믜숀까, 니 뤼구슈꾸,

А неведому зверюшку 아 니베다무 즈비류슈꾸.

 

<왕비가 밤중에 출산했습니다. 아들도 아니고, 딸도 아니고, 쥐새끼도 아니고 개구리도 아닌, 불가사의한 괴물을.. >

황제는 이 편지를 받고 분노(гнев)가 치밀어 파발꾼의 목을 베려고 했지만, 참았지요.  자신이 환궁하면 결정을 내릴 테니 기다리라는 답장을 보냅니다. 

А ткачиха с поварихой, С сватьей бабой Бабарихой / 그러나 직조공과 요리사와 노파(중매쟁이?)가 작당하여 파발꾼을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한 후 편지를 바꿔치기 합니다. (전래동화에서 할머니를 가리키는 웃긴 별명인 'бабариха 바바리하'/ 왕비의 엄마에 대한 묘사는 없음.) 

왕비와 왕자의 운명은? 

다음 시간에 계속..

안녕~/ 빠까~

※ Богатырь - 고대 러시아 민간전승의 영웅서사시 (былина)에 등장하는 장사(壯士)로 시대에 따라 영웅상이 변한다. 

※원제 - Сказка о царе Салтане, о сыне его могучем богатыре князе Гвидоне Салтановиче и о прекрасной царевне лебеди / 살탄황제와 힘세고 유명한 장사(壯士)인 그의 아들 그비돈 살타노비치 왕자와 아름다운 백조공주 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9-4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7
9-3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6
9-1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2
9.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1
8.러시아 할머니의 봄맞이  (0) 2019.04.28
Posted by heesand

https://www.tretyakovgallery.ru/en/

 

18세기의 그림은 대부분은 왕족과 귀족들의 초상화가 차지합니다. 

표트르 1세 (표트르 벨리키 1672-1725 / 재위: 1682-1725)는 러시아 제국의 대제였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Saint - Petersburg)를 계획도시로 건설한 황제.

표트르 1세와 2세와 3세를 비교하며 관람하면 매우 흥미롭네요. 

러시아 제국의 여제(재위-1762년 7월 9일-1796년 11월 17일)였던 예카테리나 2세( 예카테리나 벨리까야 1729-1796)의 화려한 모습도 좋고요. 귀족과 왕족들의 표정과 옷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이런 와중에 제 관심을 확 끌었던 그림은 작자미상의 정물화입니다. 4번 페이지에 있네요. 

나뭇결이 살아있는, 1783년의 작품 - листы из книг и картинки (책에서 떼어낸 종이들과 그림들) 

그림의 하단에는 두 개의 작은 액자가 걸려 있구요. 상단에는 가죽끈에 끼운 종이 묶음이 6 개 있어요.

 위쪽 묶음에는 말린 꽃과 잘린 보리 이삭이 끼워져 있지요.

아래쪽 종이에서는 여성으로 보이는 얼굴과 남성 얼굴이 보여요. 두근두근..

숨은 그림 찾기 놀이하면서,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집으로 초대된 느낌마저 들어요.

생생한 삶의 흔적이죠. 손때가 묻은 종이들이 주는 느낌이 신비해서 확대해서 봤어요.

 

 아쉽게도, 글씨는 해독이 어렵네요. 

액자를 걸어둔 못까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아래 액자에는 흥미로운 두마리의 동물이 등장하니까 찾아보세요.

그 중에 하나는 크고 듬직하고, 다른 친구는? 

제가 잘못 볼 수도 있으니, 무엇을 보셨는지 적어 주시겠어요?

그럼, До свидания.

앗, 1801년의 붉은광장 그림도 있으니 보세요. 오~ 신기해요. 

그리고 다음엔 푸시킨을 만나러 갈 거예요. 

19세기 전반, 12번페이지에서 만나요. 하하하! 

 

추신: 미술관 변천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홈페이지 상단 About 에 가셔서 History를 클릭!

'' 카테고리의 다른 글

9-3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6
9-2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4
9.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 2019.05.01
8.러시아 할머니의 봄맞이  (0) 2019.04.28
7. 탈피- 껍질을 벗다.  (0) 2019.04.26
Posted by heesand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국립미술관

https://www.tretyakovgallery.ru/en/collection/ 

 

Главная страница

Официальный сайт Третьяковской галереи

www.tretyakovgallery.ru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함께 미술관 산책하실래요?

먼저 홈페이지로 가시죠.

러시아어보다 영어가 편하신 분은 오른쪽 상단에 EN을 누르세요.

 

 Visit에서는 파벨 미하일로비치를 만나실 수 있어요.

이 분의 성이 트레티야코프(1832~1898) =미술관 명칭이 되었지요. 

미술관 담장 너머로도 보이는 동상입니다. 

동상 위로 귀족의 성을 연상시키는 세 개의 지붕이 있고, 그 위에는 성화를 부조로 만든 작품이 있네요.

성화 (икон / 이콘)는 수호신과도 같이 우리를 지켜주는 역할도 합니다. 게오르기 성인이 말을 타고 창으로 뱀을 무찌르고 있네요.

건물 왼쪽 벽에는 장식된 글씨체로 미술관 명칭이 쓰여 있습니다. 

Московская Городская Художественная Галлерея имени Павла Михайловича и Сергея Михайловича

Третьяковых (모스크바의 도시의 아트 미술관 명명 파벨 미하일로비치와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트레티야코프가의 - 순서대로 직역 - 미술관이 여성 명사로 끝이 'Я / 야'라서 Галлерея를 수식하는 3개의 형용사 어미도 ' ая / 아야'로 끝나요.  하하하! 갑자기 노래가 생각나서요. BTS의 '작은것들을 위한 시'의 첫 소절 지민 씨가 부르는 "모든 게 궁금해. 너의 하루는 어때? 오 텔미 어야 어야 아야 아야 " 러시아어 여성형의 어미를 인용했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즐거운 상상~! tmi ㅋㅋㅋ 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서요. 러시아 아미들이 리액션한 영상을 보니, 작은시 맨 마지막에 석진 씨가 '우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대요. Ура - 감탄사로도 쓰이는 '만세'라는 뜻의 낱말입니다. 군인들은 " 우라, 우라, 우라" 삼창을 하지요. 노래 다시 들어 보세요. 정말 들려요. 이 사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분명 '아야'는 러시아어 여성형 어미예요. 하하하! ) 여기서 우리는 파벨과 세르게이의 아버지 이름을 알 수 있어요. 바로 미하일이지요. 재미있지요? 러시아 사람을 공손하게 부를 때는 본인의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을 쓰지요.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자신에게 생명을 부여한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러시아! 우리는 그들의 성을 기억하고 부르지만요. 다시 말해서, 러시아인의 이름은 본인 이름+아버지의 이름+가족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벨 미하일로비치의 초상화는 1876년,1883년 작품이 19세기 후반의 17번에 가시면 전시되어 있습니다.

동상과 매우 유사해요. 상인이었고 미술품 애호가이며 수집가이자  화가들의 후원자였던 이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른쪽 벽면에는 미술관이 1856년 개관하여 1892년 모스크바로 이전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네요.

1918년에는 국립미술관이 되지요.

 

 사설이 길어지네요. 하하하!

정말 좋아하는 장소라서 추억이 깃들어서 그런가봐요.

관람료는 18세 이하는 무료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정입니까?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는 미술관이라니..

러시아 사람들의 예술성이 뛰어난 이유를 알겠어요.

제 눈으로도 자주 봤던 모습이고요. 아이들이 관람하며 수업하는 장면이요. 정말 부러워요.

말이 길어져서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노파심에서 한마디만 덧붙일게요. 혹시 미술의 '미'자도 모른다면서 겁내시는 분이 있을까 봐요. 제가 그랬거든요. 미술품은 그냥 편하게 보시면 됩니다. 혹시 맘에 드는 작품이 생기면, 그림에 담긴 역사적 배경이나 화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면 좋지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화가들 덕분에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며 우리의 삶이 풍성해질 거예요. 

그림을 감상해 보시고 인상적인 것들을 댓글에 표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흥미를 더하기 위해서 퀴즈 한 문제 낼게요.

우리가 사랑하는 푸시킨(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 )의 초상화(портрет)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이칼 호수 같은 푸른 눈에 곱슬머리에 왼쪽을 응시하며 팔짱을 낀 채 앉아 있는 그를 찾아보세요. 

힌트 - Collection에 가시면 카테고리, 시대, 화가, 장소별 선택란이 있어요. 

 

 До свидания. / 안녕히 가(계) 세요. (더쓰비다안야 - a에 강세가 있어서 약간 길고 힘 있게 발음) 

Пока / 안녕 (가까운 사이에 헤어질 때 인사말. 빠까 - a에 강세가 있다. 귀엽게 손을 흔들며 두 번 반복도 가능. 빠까 빠까. 하하하! )

Posted by heesand

 주인 할머니는 75 세로 키가 작으시고, 안경을 쓰셨고, 인상 좋은, 전형적인 러시아 할머니들처럼 통통하십니다. 딸은 결혼해서 딸 하나를 낳았다는데, 손녀는 크루즈 선박의 승무원이래요. 평생 직장생활을 하셨고 퇴직 후엔 연금을 받아 생활하십니다.

 

 할머니는 봄이 오면 봄맞이 행사로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십니다. 축제를 위해서요.'마슬레니차(Масленица)'-2월 말이나 3월 초쯤 일주일 간의 봄맞이 축제. 춥고 긴 겨울이 끝남을 기뻐하며, 이 축제 기간 동안 블린(Блины 일종의 얇은 팬케이크에 꿀이나 잼을 발라 접어서 먹음, 연어알이나 치즈를 얹어 먹기도 함.)을 서로 대접하며 가족과 친지들을 방문한다. 마슬레니차에 실컷 먹고 잘 놀면 평생 행복하다고 믿는다. 이 기간에는 고기를 먹지 않고 버터(масло)를 많이 넣은 빵을 먹는단다.

할머니는 마슬레니차를 위해 블린을 많이 만드십니다. 이 축제가 끝나면 대사순절 기간(발음 그대로 쓰면 :벨리끼 뽀슷 Великий пост- 거대한,위대한 금식)이라 47일간의 금식이 시작됩니다. 금식기간이라고 해서 굶는 것이 아니라, 세속의 즐거움을 삼가고 자신과 타인과 신과의 관계 등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기간으로 삼으며 기도하는 기간인데, 고기와 술을 금하며 지냅니다.

 올해는 4월 28일인 오늘이 정교회 부활절(율리우스력)이네요. 금식기간이 끝나면 부활절입니다. 정교회 축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지요. 부활절에는 물들인 달걀과  부활절 빵 '쿨리치(kulich, куличи)'을 준비합니다. 건포도가 들어 있고 예쁘게 장식된 빵은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었어요. 교회에서 축성받은 후 빵과 달걀을 나눠 먹습니다.

 할머니의 부활절 계란을 삶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할머니는 평소에 모아 둔 양파껍질을 넣고 계란을 삶아요. 자연염료를 이용하는 것이라 붉은 색감이 아주 자연스럽고 좋아요.

그다음엔 러시아 정교회를 가서 초를 밝히고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하신 후 성화에 키스합니다.

 

 러시아 정교회 성화(икон이콘)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성화는 글을 모르는 신자들이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앙심을 그림으로 표현한 성스러운 작품입니다. 예수의 생애와 12 제자의 모습과 성모 마리아, 위대한 성인들을 그리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은 안드레이 루블료프(Andrei Rublyov 1360-1427)가 그린 삼위일체(The Trinity,Троица 크기 142 ×114 cm의 목판 1400년)라는 작품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 천사의  모습으로 구현된, 하나님의 형상은 무섭거나 위협적이지 않고, 마치 식탁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편안합니다. ( 나도 의자 하나 더 놓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 같은 아늑하고 평화롭고 조화로우며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헨리 나우웬 신부의 (삼위일체에 관한 묵상) 내용이 좋네요. 이 그림은 현재 모스크바의 국립트레티야코프미술관(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콘을 좋아해서 미술관 강의를 듣고 이 그림을 보러 자주 갔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마다 휴식을 취하던 장소예요. 시대가 좋아진 요즘은 검색하기만 하면 그림을 바로 볼 수 있으니 참 좋아요.

 

 아참, 봄맞이 이야기하고 있었지. 할머니의 봄맞이 행사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씨앗을 뿌려 모종을 키우는 것입니다. 고추가 아닌, 피망 씨를 직사각형 트레이에 거즈를 깔고 싹을 틔워 물로만 키우십니다. 창가에 놓고 정성껏 돌보지요. 파릇파릇 초록이 움틀 때, 이미 마음 속은 봄으로 가득 찹니다.  5 월이 되어 날이 많이 풀리면 기차타고 별장으로 가셔서 오이, 토마토, 피망, 야채들을 키우시느라 집을 비우십니다. 이 야채들은 커다란 유리병에 담겨 겨울을 나는 식량이 되지요. 할머니 오이피클은 정말 맛있어요. 별장 덕분에 저는 초가을까지 혼자 살 수 있지요. 할머니는 별장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지요. 밭을 가꾸고 정원을 돌보며 사는 것을 좋아하시니까요. 

사실 아파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잖아요, 할머니가 가장 짜증을 내는 순간이 있어요. 그건 바로 드라마를 시청할 때입니다. 한참 몰입해서 스페인어로 제작된 브라질 쪽 막장드라마 (더빙은 남, 여 구분 없이 성우 한 사람이 다 함.)를 보는데, 중간에 꼭 광고가 나온단 말입니다. 그 광고라는 것이 맨날 똑같은 말만 하잖아요. 그러면 할머니는 화를 내시면서 "아니, 드라마 보는 데 갑자기 왜? 알아들을 만큼 다 알아들었는데 왜 자꾸 보여줘? 우릴 바보로 아나? " 불쾌해하셨어요. 하하하! 귀여우셔. 아무리 이유를 설명해도 마찬가지였지요. 자본주의가 낯설으시니까요. 물건 값이 비싸다고 생각될 때는 옛날이 좋았다는 말씀도 가끔 하셨지요.

 

 곧 오월이네요. 모스크바는 겨울이 춥고 긴 만큼, 봄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던 장면이 생각나요. 자작나무 잎사귀들이 오늘과 내일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쑥쑥 자라는 것을 보았지요. 정말 놀라웠답니다. 비발디의 봄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되지요. 키가 큰 진노랑색 서양민들레가 가득 핀 지하철 역 공원도 예쁘고 신기했구요. 우리 학교 옆 넓은 묘지에서 쑥쑥 자라던 나무들 사이를 산책하던 시간들.. 묘지는 묵상하며 걷기에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인적이 드물기도 하고, 나무가 울창해서 제가 좋아하는 새들도 많았걸랑요.

모스크바는 숲이 많아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도시예요. 처음에는 좀 낯설어서 위축되고 불안했던 마음이, 러시아 할머니와 살면서, 사람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에 안정되어 갔어요. 외국인 기숙사에 살 때보다는 편안했던 것 같아요. 

Posted by heesand
이전버튼 1 2 3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sand play 자연 사랑
heesand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