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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26. 09:11 비밀의 정원

투사11

진아!

너도 이제 옆방으로 이사를 갔구나!

잘 적응하길 바라.

너희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자주 거실에 나와 옆방 식구들과 어울려 놀기는 했는데..

더는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없어.

믿음이 가고 좋으신 분들이니까.. 

키우던 아이를 보러 옆방을 들르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이분들 마음도 똑같이 아프다는 걸 느꼈어.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지.. 바뀌면 좋겠다.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요 며칠 전에도 있었던 일이잖아.

방을 옮긴 아기가 식음을 전폐하여 모두가 걱정했던 일.

난 그 아기를 다시 안아주면서 죄책감을 느꼈어.

나를 유난히 잘 따르던 친구라서..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왜 애착을 갖게 했냐고 날 질책하는 것 같아서..


이젠 그만 하고 싶어. 

이젠 그만 할게.

여기까지야.

난 최선을 다했단다.

봉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내 본심과는 달리 오해를 받을 때도 있었지. 

변화의 시기에 일어나는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견딜 수 있었어. 

그 과정을 통해 너희들에게 도움되는 몇 가지를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길 수는 없었어. 양심이 허락치 않으니까. 많은 분들이 지혜를 모아 너희들에게 도움될 자료나 장난감을 제공해주셨으니까 안심하고 갈게. 

 아이들을 돌보시는 선생님들의 수고와 열정에 감사드리며, 혹시라도 상처가 되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용서하세요. 공사중인 사람이라서 좀 부족해요.  늘 건강하시길..

 

오늘은

마지막으로 너희 방 문 뒤에 숨어 깍꿍 놀이를 해 본다. 

너희들의 웃음소리와 웃는 얼굴이 참 좋구나! 

진아!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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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esand

2019. 3. 24. 09:11 비밀의 정원

투사9

진아!

가을이다. 하늘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감나무엔 감이 주렁주렁 달렸어.

아침에 거실 청소가 끝나면 너희들이 기어다닐 수 있게 되었어.

내 역할은 너보다 조금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며 유혹하는 것.

소리나는 장난감을 좋아 하지. 색색의 공도 좋구. 

엉금엉금 기어오는 모습이 아주 사랑스러워.

안아달라고 스스로 오기도 하고, 장난감 탐색도 진지한 얼굴로 하고..

네 속도에 맞게 잘 자라고 있으니 참 감사해. 


단 하나 걱정이 있긴 해.

네가 능숙하게 기고 일어서는 연습을 할 시간이 오면, 넌 옆방으로 이사를 가지. 

이제껏 널 돌봐주던 선생님들이 아닌 새로운 선생님들 손에서 자라겠지.

더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방으로 가야만 하지. 

비록 공동의 거실을 사용한다고 해도, 당사자인 너희들이 견디기엔 가혹한 이사야.

양육하시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지. 낮가리는 시기에 접어드는데...

걱정이다. 가슴이 아프다. 이런 일은 좀 없었으면 좋겠어. 

나는 이런 상황에서 무기력감을 느낀다. 

아침 이유식을 먹이는 문제는 잘 해결이 되었는데.. 

나는 직원도 아니고, 그저 봉사자이고, 영향력이 거의 없어. 미안해. 

사람은 물건이 아닌데, 그저 편하게 관리하자고 양육자를 바꾸고 방을 이동시키는 행위는 큰 잘못인데. 아이의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알지 못해서 그런가?  몰라서 그렇다면 기꺼이 도움을 드릴 수 있는데..  알면서도 여전히 구습을 유지한다면, 난  슬프고  아프고  이런 구조는 고치고 싶다. 어르신과 상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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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esand

2019. 3. 17. 09:11 비밀의 정원

투사2

진아!

난 네 마음의 창이 열리기를 바랐어.

그래서 널 만날 때마다 네 이름을 불렀어.

그래서 널 안아줄 때마다 네 이름을 부르고 널  바라봤어.

그래서 네 이름을 불러 주고 기도하는 맘으로 노랠 부르고,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널 쓰다듬어 주었어.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 너의 특별하고 영웅같은 면모를 자랑했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더 쏟아주길 원했으니까.

다시 말해서,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반복해서 말하고 감탄했다는  말이야.

내 눈에는 너의 모든 행동과 태도, 너의 존재가 경이로움 그 자체였으니까.

" 선생님, 진이 정~말 예쁘지 않아요? 세상에! 이런 천사가 있다니!

많은 그래서의 시간이 흘러갔지.

 

때로는,

선생님들의 눈치를 봐야 했어.

네 주변에는 스므명이 넘는 다른 친구들도 있으니까..

그래도 그래서를 멈출 수 없었어.

아파서 병원에 갈 때는 선생님들의 특별한 배려를 받기도 했어.

널 온전히 안을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졌지. 

나의 그래서는 계속 되었지. 


어떤 때는 빵빵해지지 않은 기저귀를 일부러 갈기도 했어. 

널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순간이니까 .하하하!

'곰 세마리' 노래를 가장 많이 불렀던 것 같구나!

"진이 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 으쓱 잘한다."

너도 들었지?

못 들은 척해도 다 듣고 있는 거 알아. 


개나리가 피어나고 벚꽃이 피고 질 무렵까지 우리의 그래서는 계속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그 일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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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esand

2019. 3. 16. 09:11 비밀의 정원

투사1

진아!

요즘, 널 만나던 봄날이 자주 생각나.

작은 침대에 작은 베게, 서툴게 목을 가누던 아기 적 너.

네 주위의 많던 아기들과 젖병과 분유 냄새.

울음소리, 동요, 딸랑이 소리, 작고 환한 미소들. 아름답고도 슬픈 눈동자들..


더 나이 들기 전, 아직 힘이 있을 때, 봉사라는 걸 하고 싶었어.

나의 시간과 몸과 마음을 주고 싶었어.

가장 외롭고 소외된 사람에게..

그래. 순수한 마음이었어.


그런데, 난 고통을 느꼈어. 

내가 경험한 것 중 가장 큰 고통!  그리고 분노했지. 화가 났어.

어른이라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어. 스스로 어른이라 말하면서 어른이 아닌 사람들..

성인이라며 성인이 아닌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 신체의 감각을 마비시킨 사람들..

그것을 보면서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는 나를 보는 고통.


고민하다가..

싸우기로 결심했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아!

내가 느낀 너의 모습은 이랬어.

다른 아기들은 한 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관심을 받으려고 사회적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울기도 잘 하는데.. 너는.. 너는 ... 너는.... 피했어. 상관 없다는 듯이.. 애써 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혼자 놀았어. 너와 눈을 마주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어 보였지. 그런 널 보는 것이 힘들었어.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이 이런걸까?

네 모습 속에서, 다 알 수는 없지만, '불신' 이라는 느낌을 받았어.

네가 마주한 세상은 너에게만 집중하여 관심을 보일 만큼의 여유나 공간이 부족해서..

너는 수많은 시도를 하며 세상과 연결되고자 애썼을 테지만, 그런 시도가 무반응으로 되돌아 왔을 때마다 느꼈을 너의 좌절감이 쌓여 시선을 외면하게 된 걸까?

모태에서 넌 어떤 아이였을까?

어쩌다가 이곳에 왔을까?

넌 아무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는데..


넌 마치 영웅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며 투쟁을 하듯이, 스스로 괜찮다며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듯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세상을 달관한 동자승의 얼굴로 벽을 향하고 있구나! 아~ 눈물이 흐른다. 그러지 말아줘. 차라리 울어. 아프다고 말해줘. 악을 쓰며 관심을 달라고 해 줘. 제발 네 살아있는 감각을 표현해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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