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6. 09:11 비밀의 정원

투사1

진아!

요즘, 널 만나던 봄날이 자주 생각나.

작은 침대에 작은 베게, 서툴게 목을 가누던 아기 적 너.

네 주위의 많던 아기들과 젖병과 분유 냄새.

울음소리, 동요, 딸랑이 소리, 작고 환한 미소들. 아름답고도 슬픈 눈동자들..


더 나이 들기 전, 아직 힘이 있을 때, 봉사라는 걸 하고 싶었어.

나의 시간과 몸과 마음을 주고 싶었어.

가장 외롭고 소외된 사람에게..

그래. 순수한 마음이었어.


그런데, 난 고통을 느꼈어. 

내가 경험한 것 중 가장 큰 고통!  그리고 분노했지. 화가 났어.

어른이라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어. 스스로 어른이라 말하면서 어른이 아닌 사람들..

성인이라며 성인이 아닌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 신체의 감각을 마비시킨 사람들..

그것을 보면서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는 나를 보는 고통.


고민하다가..

싸우기로 결심했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아!

내가 느낀 너의 모습은 이랬어.

다른 아기들은 한 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관심을 받으려고 사회적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울기도 잘 하는데.. 너는.. 너는 ... 너는.... 피했어. 상관 없다는 듯이.. 애써 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혼자 놀았어. 너와 눈을 마주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어 보였지. 그런 널 보는 것이 힘들었어.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이 이런걸까?

네 모습 속에서, 다 알 수는 없지만, '불신' 이라는 느낌을 받았어.

네가 마주한 세상은 너에게만 집중하여 관심을 보일 만큼의 여유나 공간이 부족해서..

너는 수많은 시도를 하며 세상과 연결되고자 애썼을 테지만, 그런 시도가 무반응으로 되돌아 왔을 때마다 느꼈을 너의 좌절감이 쌓여 시선을 외면하게 된 걸까?

모태에서 넌 어떤 아이였을까?

어쩌다가 이곳에 왔을까?

넌 아무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는데..


넌 마치 영웅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며 투쟁을 하듯이, 스스로 괜찮다며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듯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세상을 달관한 동자승의 얼굴로 벽을 향하고 있구나! 아~ 눈물이 흐른다. 그러지 말아줘. 차라리 울어. 아프다고 말해줘. 악을 쓰며 관심을 달라고 해 줘. 제발 네 살아있는 감각을 표현해 주겠니?   

'비밀의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사3  (0) 2019.03.18
투사2  (0) 2019.03.17
이별  (0) 2019.01.06
왜 그러셨어요?  (0) 2018.12.28
아버지 어머니  (0) 2018.12.27
Posted by heesand

블로그 이미지
sand play 자연 사랑
heesand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