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24. 09:11 비밀의 정원

투사9

진아!

가을이다. 하늘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감나무엔 감이 주렁주렁 달렸어.

아침에 거실 청소가 끝나면 너희들이 기어다닐 수 있게 되었어.

내 역할은 너보다 조금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며 유혹하는 것.

소리나는 장난감을 좋아 하지. 색색의 공도 좋구. 

엉금엉금 기어오는 모습이 아주 사랑스러워.

안아달라고 스스로 오기도 하고, 장난감 탐색도 진지한 얼굴로 하고..

네 속도에 맞게 잘 자라고 있으니 참 감사해. 


단 하나 걱정이 있긴 해.

네가 능숙하게 기고 일어서는 연습을 할 시간이 오면, 넌 옆방으로 이사를 가지. 

이제껏 널 돌봐주던 선생님들이 아닌 새로운 선생님들 손에서 자라겠지.

더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방으로 가야만 하지. 

비록 공동의 거실을 사용한다고 해도, 당사자인 너희들이 견디기엔 가혹한 이사야.

양육하시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지. 낮가리는 시기에 접어드는데...

걱정이다. 가슴이 아프다. 이런 일은 좀 없었으면 좋겠어. 

나는 이런 상황에서 무기력감을 느낀다. 

아침 이유식을 먹이는 문제는 잘 해결이 되었는데.. 

나는 직원도 아니고, 그저 봉사자이고, 영향력이 거의 없어. 미안해. 

사람은 물건이 아닌데, 그저 편하게 관리하자고 양육자를 바꾸고 방을 이동시키는 행위는 큰 잘못인데. 아이의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알지 못해서 그런가?  몰라서 그렇다면 기꺼이 도움을 드릴 수 있는데..  알면서도 여전히 구습을 유지한다면, 난  슬프고  아프고  이런 구조는 고치고 싶다. 어르신과 상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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