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7. 19:21 추억

첫사랑

 첫사랑은 어떤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또래모임에서 눈이 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마음의 문이 열리는 신기한 경험! 그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자신에게 도움이 된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예수님처럼 살고 싶었던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었다

 모임에서 눈만 마주쳐도 떨리곤 했다.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같은 그룹에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는 되도록 마주보는 자리를 택했다. 옆에 앉을 수도 있었지만, 눈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대화, 마치 은하수 가득한 공간에 우리 둘만이 존재하는 시간처럼 느껴지던 순간들.. 그의 눈동자는 떨림, 수줍음, 기쁨, 환희로 빛났다. 사람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니! 어느 겨울날엔가 둘러앉아 게임을 하다가 이불 속에서 그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짜릿한 떨림에 얼굴이 붉어지고..

 그는 외형적으로 내 이상형이 전혀 아니었다. 목소리마저 약간 거슬리는 허스키함이 배어 있다. 나는 성우처럼 맑은 소리를 좋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끌린 것은 치부를 드러내며 고민을 나눈 친구이기 때문이다. 꿈과 이상이 같고 서로 동기부여하고 의지하고 격려하며 박수를 보내는 사이. 그는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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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령해안을 지나 해녀콩 서식지를 지나려 할 때 백구가 멈춰 섰다.
듬성듬성 놓인 돌을 건너야만 하는 해안길을 따라올 수 없었던 녀석이 주저않아 날 주시하고 있다. ' 잘 됐어. 이젠 집으로 돌아가거라'
 300미터 쯤 걸으며 뒤를 돌아보니 미동도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녀석이 눈에 밟혀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4 시간 넘게 동행한 친구인데...배도 고플텐데...'
길을 되돌아 인가를 지나 다시 금능포구와 금능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비양도가 눈 앞이다.
" 바다빛이 환상적이네!"
 2 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배가 고프다.
백구도 몹시 허기진 모습으로 버려진 생선머리를 먹으려다 뱉는다. 상했나보다.백구의 마지막 모습을 찍자 배터리가 나갔다. 

 큰 길 가 '대영가든'이란 음식점이 보인다.
여기는 금능리!
어제, 민박집을 가려면 '금릉'이란 정류장에서 내려야하는데, 실수로 금능리에 내렸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 마을과 인연이 있나보다.
 음식점 주인 아저씨는 밖에 개가 기다리고 있다며 신기하게 보신다. 
백구와의 인연에 대해 말씀드리니 개밥을 챙겨 주시겠다고 하시며 음식점 뒤로 개를 유인해 달라고 하신다. 아저씨를 절대 따라가지 않던 녀석이 내가 주인집으로 앞서 가자 잘도 따라온다. 날 주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란다. 일하시던 아주머니는 밥을 들고 따라와 개집 안쪽에 놓아 주셨다. 주인집엔 암놈이 홀로 넓은 집을 차지하고 있다가 숫놈이 오자 문을 뛰쳐나와 둘이 통성명을 하는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저씨의 도움으로 두 마리를 개집에 넣자 둘은 곧 서로가 맘에 들었는지 식사도 하고 잘 지냈다. 다행이다. 맘이 편해진 나는 맛있는 해물탕에 늦은 점심을 먹었다. '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좋은 주인과 좋은 인연을 찾아 줬으니 4 시간 넘게 동행해 준 백구에게 보답해 준 셈이고 이젠 갈 길을 편히 가야지'
 
 이젠 홀로 길을 걷는다.
백구와 걸을 땐  가는 곳마다 날이 개어 햇살이 비추곤 했는데  찌푸린 하늘에 이슬비까지 내린다. 그 친구가 그립다.
협재 해수욕장을 지나 옹포포구를 거쳐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하여 14코스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 해가 가기 전 백구 널 보러 다시 올레길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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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령숲길을 지나 무명천 산책길을 돌아 월령해안에 도착했다.
아무리 가라고 쫒아도 계속 따라오는 백구와 물을 나눠 마셨다.
' 어디까지 따라오려는지... 난 오늘 늦은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 친구와 나는 특별한  인연인 게  틀림없다. 바다를 좋아하는지... 앞서 달려가며 신난 녀석이 해안으로 뛰어들며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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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길 14코스 4월 27일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혼자 걷는 길이 좋다.
오시록헌 농로를 지날 때부터, 예전에 언니네서 키우다 늙어 죽은 백구와 똑같이 생겨서 백구라고 이름지은, 백구가 동행해 준 산책이라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이 친구도 걷은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것이 틀림없다. 백구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친근한 녀석이다. 
 오랫동안 14코스에 살았던지, 길을 내내 안내해 주는 듯 앞서 가다가 사진 찍느라 지체하는 나를 기다리기도 하고  뒤돌아 다시 내게 달려오며 빨리 가자고 재촉하기도 하는 백구가 든든하다. 
 두 시간  넘게 걷고 나서 간식을 함께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 이 녀석 집이 없나? 왜 계속 따라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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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7. 15:07 추억

비 개인 후 화성


화홍문엔 풍성한 강물이 흐르고
방화수류정 철죽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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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9. 13:48 추억

칡넝쿨


 작년 칡 줄기에서는 잎사귀 하나 나오지 않았네요.
칡이 어디가 아픈 모양입니다.
그러나 새순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 칡넝쿨이 있어 위로가 됩니다. 

 나는 어린시절에 산에서 칡뿌리를 많이 캐 먹었습니다.
달작지근하고 쌉싸름한 뿌리를 씹어 먹곤 했지요.
산에서 칡뿌리를 캐다 보면 그 생명력에 놀라게 됩니다.
뿌리가 무척 굵고 깊이 박혀 있거든요.
그 뿌리를 따라가며 땅을 파다 보면 작은 구덩이가 생기곤 했으니까요.
물론 굵은 뿌리는 맛이 좋고 달지요.
요즘에는 몸에 좋다고 해서 칡즙을 판매하기도 하더군요.
 
 새순이 나오는 5 월이면 연하고 통통한 칡넝쿨을 골라 껍질을 벗겨 씹어 먹으며 목을 축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옥수수대를 씹어서 달작지근한 즙을 먹듯이 말입니다.
칡 잎은 토끼가 잘 먹는 것이어서 자주 뜯어다 주곤 했었는데..
그리고 뭔가 질긴 끈이 필요하면 칡넝쿨이 제격이랍니다.
땔감으로 쓸 나무들을 모아 칡넝쿨로 묶으면 튼튼하고 손으로 들기도 좋지요. 

 꽃은 연보라색으로, 등나무꽃처럼  축 늘어져서 피어납니다. 

 오늘은 칡 꽃 향기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가물가물한 ,어릴 적, 그리운 향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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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24. 21:29 추억

산딸기 꽃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꽃.
시골에서 자란 나는 산딸기가 익으면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산딸기를 맘껏 따 먹었다. 
티셔츠 앞자락은 자주 딸기물이 들곤 했지.
고추밭에 일하러 갔다가도 짬을 내서 딸기를 따 먹었다.
아이들에겐 부모님을 돕다가 딴청을 부리는 것이 허락되었으니까..

 뱀딸기는 밭둑에 흔히 있었지만... 이름이 뱀딸기라 혹시나 뱀이 좋아하는 딸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서.. 산딸기를 더 좋아했다. 실제로 뱀딸기 주변에는 뱀이 침을 뱉어 놓은 듯한 거품들이 자주 발견되곤 했었다.
 
 딸기즙을 먹고 싶으면 주둥이가 달린 주전자가 제격이다.
딸기가 많아지면 자연적으로 눌린 딸기에서 즙이 흘러서 주둥이로 나오니까..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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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서장대 아래 소나무들이 살던 곳이며 사진은 2008년 6 월에 찍은 것이다.

 진달래가 필 무렵, 지난 달엔가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였다.
나는 속이 상해서 혼자 투덜거리게 되었다.
내가 무척 좋아하던 산책로였는데..
사진 속 소나무들은 베어져서 어디론가 떠났고..
서장대 앞 산비탈에는 진달래인지 철쭉인지가 무리지어 심겨져 있었다.
왜?

 난, 오래 자란 산비탈 소나무를 없앤 이유를 모르겠다.
산책로는 좀 더 걷기 편하게 정돈된 모습이지만, 이제는 시내인 팔달문에서도 훤히 보이는 서장대가 어색할 뿐이다.
나무그늘을 빼앗긴 산책로를 걷는 것은 싫다.
소나무와 진달래를 조화롭게 심는 방법은 없었단 말인가?

 지난 사진을 다시 보다가 ..
 그리운 소나무들이 생각나서 속상한 마음을 적어 보았다. 


 새로 정비된 산책로가 넓고 좋기는 한데..


 저 멀리 아파트가 보일 정도로 소나무가 사라진 상태.


 잘린 소나무... 누운 소나무 밑둥..
오늘따라 소풍을 나온 초등학생 아이들이 무척 많았다. 
서장대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다 보인다. 
전에는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던 곳인데... 


 여긴 산책로를 만들려고 준비중인 듯하다. 
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나무 밑에서 하얀 꽃을 피운 딸기는 오늘도 자란다. 
산딸기 군락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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