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1. 07:07 추억

토란잎 놀이



산책하다가 만난 싱싱한 토란밭
길엔 아무도 없구만..
난 감시자, 조카는 도둑처럼.


처음엔 그저 해를 가리려고,
조카가 양산처럼 써 보고 싶다더니..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 달란다.

막판엔 웃기는 설정까지 하게 되었다.
"엄마 바지 찢어져서 가린 거야." ㅋ ㅋ
배꼽 빠지게 웃었다.

이에 질세라
언니는 날씬하게 나와야 한다면서 포즈를 취한다.

'헐.. 엉덩이만 찍는데..?'

추석이라..
 기름진 음식을 너무 먹었나??
조카는 토란잎으로 자기 엉덩이도 가린다.

역시, 예상치 못한 놀이는 재밌어.
누가 토란잎처럼 디자인한 치마좀 만들어 주세요.
제 생각에 선이 곱고 날씬해 보일 것 같군요. 호호..


 * 토란은 흙속에 알같은 땅속줄기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8-9월에 '카라' 꽃처럼 생긴 노란꽃이 피고 100cm 정도로 자라요.
잎을 제외한 줄기와 땅속줄기인 토란을 먹지요. 비 오는 날 보면, 톡톡 굴러가며 잎에서 흘러 내리는 빗방울이 재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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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노래가 있죠? "우리 처음 만난 곳도 목화밭이라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사랑을 약속했던 곳 그 옛날 목화밭 목화밭.." 가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목화밭 추억을 노래하던 가사가 인상적이지요. 예전에는 목화밭이 많았어요.
 
 제게 목화밭은 엄마 따라서 솜을 따던 추억이 담긴 곳입니다. 딸이 셋이라, 엄마는 시집 보낼 때 솜이불 해 주시려고, 집 너머 밭에 목화를 6 줄 정도 심곤 하셨어요. 하얀 솜꽃이 피면, 우린 허리에 보자기를 둘러 솜을 따 넣을 공간을 만들었어요. 마냥 놀고 싶었던 어린시절이라 일이라면 하기 싫었죠. 목화를 딸 때 벌어진 딱딱한 열매 가장자리에 손이 긁히곤 했었구요. 제 기억에 목화꽃이 생각나지 않는 것을 보면, 목화 따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 다시 본 목화꽃은 참 아름답네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목화밭'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 칠 정도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목화꽃이 필 무렵이면, 초등학교 4 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일손을 돕기 위해 학교 대신 목화밭으로 일하러 간다고 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꽃이 누구에게는 낭만적인 장소가 되기도 하겠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괴로운 장소가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일을 한 댓가로 용돈을 벌 수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라서 그래도 참을만 했다는 그녀의 말에 가슴이 아픔니다. 고등학생도 아닌 어린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다니..

 요즘도 아이들은 11월까지 목화 따는 일을 하러 간다고 하네요. 만약, 부모가 아이를 일터로 보내지 않으려면, 병원에서 가짜
진단서를 끊어서 학교에 제출하면 된다고 합니다. 물론, 병원에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친구의 조카는 조금의 용돈을 받고 싶어서 목화밭에 가겠다고 하지만,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다가 납치라도 당할까봐 걱정이라고 합니다. 인신매매단이 있어서 그렇대요. 도시락 싸 들고 일하러 가는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이런 일도 있었대요. 친구가 목화를 따다가 손에 상처가 나고 염증까지 생겨서 엄마는 학교에 가서  딸을 목화밭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장갑을 끼고 일하면 된다고 했다네요. 엄마는 화가 나서 그럴 수 없다고 하자, 학교에서는 일하러 가지 않으려면 다른 학교로 옮기라고 했대요. 결국, 친구는 전학을 가게 되었구요.

 물론, 목화밭 덕분에 좋은점도 있었대요. 큰 공장이 들어서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고 돈을 벌게 된 것이죠. 목화는 버릴 것이 전혀 없는 식물이래요. 목화씨는 기름으로 쓰고, 목화는 면이나 솜이불을 만들죠. 그래서 목화를 다른 이름으로 '면화'라고 불러요. 목화를 따고 난 꼬투리는 소에게 먹이로 준대요. 그러면 소의 젖인 우유가 기름기가 좔좔 흐르면서 맛있다네요. 뽑은 줄기는 땔감으로 쓰지요. 참 유용한 식물이네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우리나라 70-80 년대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친구들이 도시에 있는 공장에 가서 일을 했었지요. 생각해보니, 세상이 급격히 변했군요. 이젠 3 D 직종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종사하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그들에게 잘 대해 주어야겠어요.  힘든 일을 하시는 분들 덕분에 우린 좀 더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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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목화가 드디어 하얀 솜과 검은 씨앗을 맺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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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아 대청소를 한 우리마을 우물은 투명하게 바닥이 보인다.
이 물을 끌어서 마을 공동 쉼터인 놀이터에서 사용하고 있다.
놀이터엔 차양막이 쳐 있고 의자와 평상이 놓여 있어 시원하다.
전엔 우물에 이끼가 가득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이렇게 말끔히 청소된 것을 보니 내 마음까지 상쾌하다.

 가장 기쁜 점은 마을 사람들이 이 정겨운 우물을 잊지 않고 가꾸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 우물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남과 소통의 장소인 쉼터에서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행복하시길..

 예전 같으면 추석 같은 명절에 우물에서 동네 어른들이 모여 돼지를 잡았을텐데.. 우물 청소 후 닭볶음탕을 함께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하 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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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마을 공동우물에는 이끼가 끼고 개구리밥이 떠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탓에 우물가에는 풀이 무성하다.
물이 흐르지 못해서 탁하고 죽은 개구리의 풀어진 형체가 떠 다닌다.
살아있는 개구리들도 산다.
우물 밖의 세상으로 나오려면 개구리는 벽을 타든지 강한 점프를 해야 할텐데... 그건 어려울 듯.. 어미 개구리가 이 우물 안에 알을 낳은 것이 분명하다.
우물안 개구리가 이럴때 쓰는 말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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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5. 20:16 추억

폴짝폴짝 메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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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논두렁 길을 걷자 메뚜기가 폴짝폴짝 날개를 바삐 퍼득이며 피하는 소리가 재미 있습니다.
메뚜기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어려워요. 워낙 빨리 움직이고 보호색 때문에 벼잎과 구분하기도 쉽지 않아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가에서 짝짓기 하는 메뚜기 한 쌍을 발견하니 참 기쁘군요.

 벼가 누렇게 익을 무렵, 아이들은 논두렁을 오가며 메뚜기를 잡아 바랭이풀에 주욱 끼웠지요. 후라이팬에 볶아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메뚜기! 닭의 먹이로도 제격이었죠. 논에 여전히 메뚜기가 많은 것을 보니 참 기쁘답니다. 오염된 환경에서는 메뚜기가 살지 못하거든요.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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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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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3. 07:09 추억

논에 나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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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경지인 논에서 발견한 물피. 물피들의 천국이다. 7-8월에 꽃피는 한해살이풀로 80-100cm 높이로 자라며 잎은 30cm 정도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벼가 자라난 논에 삐죽삐죽 솟아나와 있는 물피를 뽑는 농부의 모습을 많이 보고 자랐다. 피를 발견하고 허리를 굽혀 조심스레 피를 뽑은 후 손에 모아진 피는 논둑으로 던지는 것이다.
  아버지는 논에 다녀오실 때마다 맛있는 우렁이를 잡아 오시곤 했다. 꼬들꼬들한 우렁이의 맛은 골뱅이보다 연하고 부드럽게 씹혔던 것으로 기억된다. 엄마 심부름을 갈 때마다 논에 뱀이 많아서 길을 잘 살펴야 했다. 뱀이라도 나타나는 날엔 도망치느라고 노랑 양은 주전자에 든 미숫가루 탄 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살아있는 산과 들이 그립다. 내가 어릴 때는 정말 뱀이 많았다. 거머리에 우렁이에 미꾸라지까지... 밤이 되면 여름마다 반딧불이가 별쇼를 벌이기도 했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움직이는 지상의 별들을 소주병에 잡아 주경야독했던 선비들 흉내내느라 전기도 끄고 책을 읽기도 했다.

  하찮게 보이고 벼들 사이에서 천대받는 물피지만 무리지어 피어 있으니 멋스럽다.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바람의 세기에 따라 잔잔한 파도가 되었다가 강한 파도처럼 소리를 내기도 하는 것이 재미있다. 논둑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이처럼 떠오르는 추억들이 많은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아~ ~ 다시 먹어보고 싶다. 아버지께서 잡아오신 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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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7. 19:41 추억

작년 솔방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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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성벽 아래 소나무로 우거진 숲이 있다. 작년에, 가지치기를 하고 난 숲에는 예쁜 솔방울이 많이 붙어 있었다. 조카가 솔방울로 뭔가 만들고 싶다며 봉지 가득 모았다. 별을 만든다던 조카는 솔방울 삼각형을 만들었고 나는 그것을 벽에 걸었다. 나무로 된 벽과 잘 어울렸다. 그런데 오늘 놀러 온 아이가 그 삼각형을 내려서 구경하고 갔다. 거실을 청소하려던 내가 씨앗들을 발견한 순간 떠오르는 추억!

 우리집 시골 우물가엔 젊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주변엔 뒷집 할머니가 초록빛 우산처럼 생긴 토란을 심곤 했다. 봄이오면 연두빛 솔방울이 앙증맞게 열리고 여름이 오기 전 그 솔방울에선 노오란 꽃가루가 날린다. '송아가루' 라고 하는 그 가루는 떡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했다. 가을이 되면 솔방울은 갈색을 띄며 점점 단단해진다. 씨앗이 다 익을 무렵, 나는 아이들과 소나무를 흔들며 씨앗 떨어지는 장면을 즐기곤 했다.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씨앗들! 정말 춤추는 듯 아름답다. 손바닥을 펴서 씨앗을 받는 재미도 있고 가끔은 씨앗을 먹기도 했지.
 
  어느 겨울날, 예쁜 솔방울을 발견하고 방에 놓은 적이 있었다. 솔방울은 기지개를 켜듯이 움츠린 날개를 펴며 수 많은 씨앗들을 밖으로 내어 놓았다. 따뜻한 방 온도에 봄이 온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때 얼마나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는지...  죽은 듯 보이는 솔방울 안에 그렇게 많은 생명들이 있다니! 모래놀이를 했을 때도 나는 소나무 숲을 표현하기 위하여 솔방울 소품을 이용했었다. 씨앗을 품은 솔방울 안에는 수 많은 소나무들이 들어 있으므로 광활한 숲을 표현하기에는 제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솔방울은 초등학교 겨울과도 끈끈한 인연이 있다. 땔감이 부족했던 시절이었지. 겨울이 오기 전 아이들은 솔방울 한 포대씩을 주워 학교에 가지고 갔다. 교실을 따뜻하게 달구어 주던 난로 속 솔방울과 양은 도시락! 추억이 담긴 물건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는 오늘, 작은 소나무 씨앗에서 어린시절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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