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7. 19:21 추억

첫사랑

 첫사랑은 어떤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또래모임에서 눈이 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마음의 문이 열리는 신기한 경험! 그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자신에게 도움이 된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예수님처럼 살고 싶었던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었다

 모임에서 눈만 마주쳐도 떨리곤 했다.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같은 그룹에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는 되도록 마주보는 자리를 택했다. 옆에 앉을 수도 있었지만, 눈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대화, 마치 은하수 가득한 공간에 우리 둘만이 존재하는 시간처럼 느껴지던 순간들.. 그의 눈동자는 떨림, 수줍음, 기쁨, 환희로 빛났다. 사람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니! 어느 겨울날엔가 둘러앉아 게임을 하다가 이불 속에서 그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짜릿한 떨림에 얼굴이 붉어지고..

 그는 외형적으로 내 이상형이 전혀 아니었다. 목소리마저 약간 거슬리는 허스키함이 배어 있다. 나는 성우처럼 맑은 소리를 좋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끌린 것은 치부를 드러내며 고민을 나눈 친구이기 때문이다. 꿈과 이상이 같고 서로 동기부여하고 의지하고 격려하며 박수를 보내는 사이. 그는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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