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6. 13:27 추억

목련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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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윽하고 감미로운 향기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목련이 피어있는 나무.
너무나 깨끗한 빛깔로 고결한 자태로 만개한 모습이 나를 황홀하게 하다.

여고시절 교화가 목련이었는데..
목련꽃 그늘 아래서 4월의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오늘,
한동안 잊었던 추억의 향기를 다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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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너머 들판에 눈이 쌓여 있다.
봄이면 버들피리 만들어 불며 진달래꽃을 꺽던 동산이다.
고향에 가면 어김없이 어린시절의 나를 만나게 되어 정겹고 반갑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내 고향 산천도 곳곳이 변하고 있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
 
 이번 명절에는 옛날처럼 눈이 수북히 쌓였다.
아버지는 이런 날이면 오빠와 함께 토끼나 꿩을 잡으러 다니셨는데..
나는 동네 아이들과 언덕에 올라 비료포대에 볏짚을 넣은 푹신한 눈썰매를 탔지.
소매에는 누런 콧물을 묻히고 연실 코를 훌쩍이며 변변한 외투도 없이 그 추운 날에도 어김없이 바깥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겨울날의 그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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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7. 23:52 추억

겨울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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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눈이 내렸다.

나는..
사계절이 다 마음에 들지만 그 중에서도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난,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나의 어린시절,
겨울에는 특히나 즐거운 일이 많았다.

비탈길에서 비닐포대에 볏짚을 넣어 눈썰매를 타며 동네 아이들과 해질녘까지 놀았다.

논에 물을 가두어 만든 얼음판에서 아버지가 만든 썰매를 탔으며, 아이들과 얼음지치기를 했다.

동네 아이들이 길게 한 줄로 기차처럼 타던 썰매는 정말 신나고 재미 있었다.

서울에 친척이 있던 동네 언니가 타던, 하얗고 멋스럽고 날이 날렵하게 선, 스케이트도 기억난다.

손이 시리면 볕짚에 불을 피워 불을 쬐고 젖은 옷을 말리며 코 밑이 시꺼멓게 되곤 했다.

얼음판에서 하는 구슬치기, 팽이돌리기, 고무신을 신고 얼음판에서 하는 고무줄, 8 자 가이상...

겨울은 나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를 선물했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난,
겨울이 좋다.
봄날의 꿈을 잉태한 겨울이여!


강아지들이 산책하는 이 곳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장소이다.

어느 날,
백설공주가 나올 것만 같이, 나뭇가지마다 살포시 내려앉은 눈이 내린 아침, 아무도 걷지 않은 숲을 걷다가, 기적처럼 다정하게 지저귀는 3 마리의 새들을 보았다. 그 추운 겨울에 새들은 뭐가 그리 행복한지, 포르르 포르르 날아서 장난치듯, 눈발을 흩날리며,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고운 목소리로 날 사로잡았다.어느새 나는 그 친구들과 소리없는 대화를 주고 받게 되었다. 영혼의 대화를..

난,
겨울의 숲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소리없는 대화는 수 많은 말보다 진한 감동으로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다.
연약한 자신과 불확실한 미래에 절망했던 내게 겨울날의 숲은 멀리, 깊이, 더 높이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메마른 나뭇가지 너머에 있는 세계와 그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생명의 충만함!

나는,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날의 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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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지금은 고구마를 캘 시기인데..
도시의 화단에 핀 고구마꽃을 발견하니 반가움이 밀려옵니다.

  고구마는 우리집 최고의 간식이었습니다.
뒷방에 싸리로 둥그런 울타리를 둘러 그 안에 고구마를 넣어 두었지요.
고구마가 줄어들수록, 고구마를 꺼내려면 거의 철봉에 매달리기 하는 자세를 취해야 해요.

 군불을 때고 나면 부지깽이로 아궁이 가운데를 헤치고 고구마를 던져 넣은 후 잘 묻어 두죠. 텔레비전 보다가 고구마를 까맣게 잊어버려 숯이 된 적도 있고, 반 쯤 태우기도 하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입가에 까만 숯검정 묻히며 노랗게 익은 밤고구마 먹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요리를 좋아하던 오빠가 해 주는 고구마튀김도 맛있었어요.

 제일 좋아 했던 것은 엄마가 만들어 준 고구마 조림인데, 고구마를 깍두기처럼 썰어서 간장에 졸인 반찬입니다. 달짝지근한 맛이 참 좋았어요.  고구마 줄기를 무친 것도 맛있구요.

 고구마 줄기로 만든 목걸이를 아시나요?
고구마 줄기를 따서 끝에서부터 조그만 네모로 꺽은 후 껍질을 네모길이 만큼 벗기고 나서, 반대쪽에도 똑같은 네모로 꺽은 뒤, 양 쪽을 번갈아가며 줄기 끝까지 가면 자연산 고구마목걸이가 완성됩니다. 겉의 껍질이 목걸이 줄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추운 겨울날 안방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생으로 고구마를 깍아 먹어도 맛이 최고지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죠. 최근에 아는 사람이 호박고구마를 주셔서 쪄서 먹어보니 참 부드럽고 맛있더군요. 아이들 이유식 할 때 써도 좋겠어요.


 저는 고구마꽃을 직접 본 기억이 없어요.
고구마밭에는 고구마를 심을 때 한 번 가고, 가을에 고구마 캐러 가는 것이 전부였거든요.
나팔꽃을 닮은 모양에 분홍빛이 돌며 중심엔 연보라빛으로 핀 고구마꽃이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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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3. 12:03 추억

햇볕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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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볕이 좋아요.
빨갛게 익은 대추를 따야겠어요.

소쿠리에 호박이라 ~ !
이즈음에 흔히 보던 풍경이네요.

엄마는 고구마, 무, 호박등을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에 말리셨지요.
쫄깃쫄깃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일품인 고구마말랭이,무말랭이,호박무침.

자연이 요리해 준,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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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27. 22:47 추억

도토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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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 때, 도토리는 우리에게 유용한 열매였어.  
아름드리 참나무 동산에서 나무로 만든 커다란 망치- 명칭을 잊었네 - 로 참나무 기둥을 쳐서 도토리를 떨어뜨렸지. "우두두두..." 소리를 내며, 소낙비 오듯이, 도토리가 쏟아지면 아이들은 열심히 그것을 주워 모았어. 이 일은 마치 가을 행사처럼, 도토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 되었어. 약속이나 한 듯이 아이들은 동산에 모여들었지. 나무망치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지면 듣기가 좋았어.  때로는 마을에서 좀 떨어진 산으로 도토리를 주우러 가기도 했지. 그 시절엔 간식거리가 부족했단다. 뒷방에 저장해 둔 고구마가 겨울철 간식이었으니까.

 엄마는 햇볕에 도토리를 말렸지. 잘 말린 도토리는 가루로 만들어서 도토리묵을 만들어 주셨어. 조카는 요즘에도 할머니표 도토리묵을 먹고 싶어 하지. 엄마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셨어. 두부도 뚝딱 만드시고, 찐빵도 가마솥 가득 쪄 주시고, 누룽지는 밥솥이 생기기 전까지 늘 먹었단다. 난 늘 조수처럼 엄마 일을 도왔어. 불을 때야 했으니까.

  빨간 고무다라에 있던 도토리가루는 물에 불려진 상태로 펌프가 있는 우물가에 놓여 있곤 했어. 며칠 동안 물을 갈아주면서 가라앉은 앙금으로 묵을 쑤지. 날이 추워지면 고무다라에 얼음이 얼기도 했던 것이 기억나. 가마솥에 도토리 죽을 끓일 때, 엄마는 커다란 나무 주걱으로 바닥이 타지 않도록 저어주곤 했어. 가끔 내게 그 일이 주어지기도 했지. 죽이 다 익으면 용기에 넣어 굳히는 거야. 김칫국에 도토리묵을 굵게 채썰어 넣어 먹으면 후루룩 후루룩 잘도 넘어가지. 아~ 먹고 싶어. 이젠, 믿고 먹을 수 있는 엄마표 간식이 그리운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오늘 만난 도토리들을 모아서 사진을 찍은거야. 물론, 도토리는 더이상 내 것이 아니야. 짐승들을 위해 남겨 주었지. 나무 아래서 도토리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아 근처에 다람쥐가 살고 있는 게 분명해.  요즘 겨울 준비로 한창 바쁘겠지?  
 

* 참나무 =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를 가리킨다. 이들 참나무가 맺는 열매는 도토리라 부르며 도토리묵을 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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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에 다녀오는 길,
 벽에 나란히 기대어 졸고 있는 깻단들을 만났어. 
햇빛을 받으면 나른해지면서 꾸벅꾸벅 졸음이 몰려 오지. 암..

 참깨를 다 털고 나면  
부엌 한 모퉁이에서 넌 기다렸지. 활활 타오를 그 날을..
" 타 .."

아궁이에서 재미있고 향기로운 소리를 내며,
폭죽놀이라도 하듯, 내 눈과 귀와 코를 사로잡는
네가 참 좋았어.
 
 엄마는 올해도  참기름을 담아 주셨네.
사랑을 전해 주셨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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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학교가 많이 변했다. 단층 건물에 구멍이 송송 뚫린  나무바닥 교실이 사라지고, 괴담이 늘 떠돌던 재래식 화장실에는 자연학습장이 들어섰다. 몽당연필도 쓰레기장도 수돗가도 없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부쩍 자란 플라타너스만이 나를 반긴다.

 5 학년 때였나?
선생님의 편애문제로 우리반은 두 패로 갈렸었다. 내가 속한 그룹의 아이들은 점심을 먹으러 가끔씩 이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로 모였다. 나무 아래서는 남,여가 짝을 이루어 춤을 추는 음악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ㅎ ㅎ 수줍음이 많았던 우리는 나뭇가지를 주워 손 잡는 것을 대신했다. 나무 아래는 방울이 떨어져 있기도 했는데.. 그래서 우리는 이 나무를 '방울나무'라고 부르곤 했다. 방울을 돌리다가 놓으면 방울은 속도에 의해 다른 곳으로 날아갔지. ㅎ ㅎ 

 다시 패싸움 이야기로 돌아가자. 직접 몸을 부딪히며 싸우지는 않았으나 우리반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남자 담임 선생님은 어느 날인가 무엇 때문인지 잔뜩 화난 얼굴로 우리에게 훈계를 하셨다." 이제부터 움직이지 말고 반성하고 있어."  나는 고집이 센 아이였다. 좋게 표현하면,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생각에 잘못은 선생님이 먼저 하신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겁도 없이 교실 뒤쪽의 사물함까지 걸어가서 그곳에 걸터앉았다. 선생님은 나를 앞으로 나오라고 하시더니 손을 내밀게 해서 손바닥을 때리기 시작했다. 단 한 마디의 질문도 없었지. 내 행동의 이유도 묻지 안았고.. 회초리가 부러져서야 매질은 멈추었다. 토끼처럼 놀란 아이들의 눈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평소에 말이 거의 없고 너무 조용해서 존재감이 별로 없는 아이였다. 아마 선생님도 무척 놀랐을 것이다. 짝이 말을 붙이는 때는 주로 시험을 본 후로 기억된다. 점수를 얼마나 받았는지 궁금했나? 경쟁자로 생각했었나? 아무튼, 붉은 매자국이 부어오를 정도로 매를 맞으면서도 나는 움찔거리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잘못했다고 비는 짓도 물론 하지 않았다.



 
  내가 그 시절에 눈물을 흘리며 읽던 책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였다. 제제는 아버지로부터 온갖 매질을 당한다. 왜 때리는지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는 제제에게서 나는 공감을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교를 생각하면 이 회초리 사건이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 내게 큰 충격을 준 경험이었음이 틀림없다. 부모님께 꾸중을 들은 일이 거의 없던 나였으니.. 어른이라고 아이에게 함부로 화풀이를 해서는 안 된다. 아이를 힘으로 제압하거나 권위로 누르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춘기가 빠른 요즘 아이들을 사랑이라는?  이름의 매로 다스리는 것은 더더욱 위험하다.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대화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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