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7. 23:52 추억

겨울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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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눈이 내렸다.

나는..
사계절이 다 마음에 들지만 그 중에서도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난,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나의 어린시절,
겨울에는 특히나 즐거운 일이 많았다.

비탈길에서 비닐포대에 볏짚을 넣어 눈썰매를 타며 동네 아이들과 해질녘까지 놀았다.

논에 물을 가두어 만든 얼음판에서 아버지가 만든 썰매를 탔으며, 아이들과 얼음지치기를 했다.

동네 아이들이 길게 한 줄로 기차처럼 타던 썰매는 정말 신나고 재미 있었다.

서울에 친척이 있던 동네 언니가 타던, 하얗고 멋스럽고 날이 날렵하게 선, 스케이트도 기억난다.

손이 시리면 볕짚에 불을 피워 불을 쬐고 젖은 옷을 말리며 코 밑이 시꺼멓게 되곤 했다.

얼음판에서 하는 구슬치기, 팽이돌리기, 고무신을 신고 얼음판에서 하는 고무줄, 8 자 가이상...

겨울은 나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를 선물했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난,
겨울이 좋다.
봄날의 꿈을 잉태한 겨울이여!


강아지들이 산책하는 이 곳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장소이다.

어느 날,
백설공주가 나올 것만 같이, 나뭇가지마다 살포시 내려앉은 눈이 내린 아침, 아무도 걷지 않은 숲을 걷다가, 기적처럼 다정하게 지저귀는 3 마리의 새들을 보았다. 그 추운 겨울에 새들은 뭐가 그리 행복한지, 포르르 포르르 날아서 장난치듯, 눈발을 흩날리며,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고운 목소리로 날 사로잡았다.어느새 나는 그 친구들과 소리없는 대화를 주고 받게 되었다. 영혼의 대화를..

난,
겨울의 숲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소리없는 대화는 수 많은 말보다 진한 감동으로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다.
연약한 자신과 불확실한 미래에 절망했던 내게 겨울날의 숲은 멀리, 깊이, 더 높이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메마른 나뭇가지 너머에 있는 세계와 그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생명의 충만함!

나는,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날의 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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