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수확한 통통한 단호박이 거실 구석에 있다.
색이 조금 바래더니 꼭지 주변이 썩기 시작한다.
더 썩기 전에 다듬자.
감자깍기로 껍질을 벗긴다.
단호박을 반으로 쩍 가른다.
'기가막히게 칼질을 했구나. 씨앗이 하나도 다치지 않다니!'
갑자기 호기심이 생긴다.
'요녀석 씨앗은 몇 개나 품었을까?'
찜기에 가득 찰까?
허걱, 아직 더 있는데..
겹쳐 놔야지 뭐.
모두 291개
놀라운 기적이군!
분명 한 개의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생명인데,
이 씨앗을 모두 심으면, 하나에서 3 개씩만 수확한다고 가정해도
291×3=873
873개의 단호박에 든 씨앗의 수는?
873×291=254,043
이십오만사천사십삼 개라니!!!
엄청난 부자가 된 기분이야.
하하하!
자, 이제 맛을 보자.
"단호박 부침을 해 먹어야지. 계란말이도 하고"
"아니, 이게 뭔 일이래?
내 인생에 쌍란이 4 개나 든 계란이 오다니!
아구구, 앙증맞은 친구들아,
기념사진 남겨 줄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준 닭들아 고마워.
단호박을 호박 부칠 때처럼 썰어서
밀가루를 묻힌 후 계란옷을 입혀서 부쳐 먹으니 맛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