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들판에 무리지어 핀 원추리꽃은 

보아주는 이 없어도 곱디 곱게 피네.

노오란 꽃가루를 꽃밥 가득히 묻히고서

근심을 내려놓고 하늘 향해 활짝 웃네요.   

어우렁 더우렁 칡넝쿨과 개망초랑 어우러져 

한여름 아침햇살에 흠뻑 취해 나그네 눈길을 끌어요.


 원추리는 봄에는 나물로 먹고 여름에는 예쁜 꽃으로 기쁨을 주고 잎, 줄기, 꽃, 뿌리까지 버릴 것 하나 없이 약초로 쓰인다니 정말 흔하지만 소중한 우리꽃입니다. 시골집 뒷뜰 장독대 옆을 장식하며 항상 같은 자리에서 환하게 피어나던 반가운 꽃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꽃이 하루 사이에 금방 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Day Lily 랍니다. 그러나 1m로 쭉 뻗은 줄기에 2~8 개의 꽃망울들이 순차적으로 피기 때문에 항상 예쁜 꽃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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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자두가 익어갑니다. 

 뽀오얀 분칠하며  발갛게 물들어갑니다.


예쁘다.

빛깔 좋다.

아후~ 덥다.

 뙤약볕에 금세 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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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 축사로 사용하던 폐허가 된 건물 안에 초록색 아카시나무가 자랍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축사 맨 끝자리 바닥에서 싹을 틔운 것입니다.

커다란 아카시나무들이 주변에 자라고 있어서 씨앗이 바람에 날려 건물 안으로 들어왔을 것입니다.

 

철문에서 본 아카시나무 

 

 어느 날 "드르르르 드르르르" 어떤 나무에서 딱따구리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호기심에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이 폐허 건물 바로 옆의 아카시나무에서 딱따구리가 열심히 벌레를 잡고 있었지요. 다른 새들도 자주 오는 장소여서 새소리를 녹음하려고 이 건물에 자주 들르곤 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아카시나무 꽃이 활짝 피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에는 꽃이 없었어요.

실외에서 자라는 키가 비슷한 나무에 비해 이 나무는 줄기가 너무 가느다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빛이 건물 안으로 비추는지 궁금했어요. 지붕이 막힌 상태여서 창쪽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광합성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까요. 

오후에 비치는 햇살

 사진을 잘 관찰해 보세요. 햇살이 비추는 만큼만 나뭇잎이 자라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 꼭대기 부분에는 잎이 없어요. 그렇지요? 나무의 아랫부분 Y자로 갈라지는 부분의 맨 첫 번째 가지를 눈여겨보세요. 잎이 하나도 없습니다. 쭉 뻗은 가지가 다시 Y 자로 갈라지는 부분에서 잎이 많이 난 잔가지가 오른쪽으로 길게 뻗어 있네요.

더 어린 나무였을 때는 첫 가지에도 잎이 있었겠지요? 위로 더 자라난 후에는 빛이 더 잘 드는 쪽의 가지만 살아남은 것입니다. 시간대별로 관찰을 해 보았더니 나무가 자란 모습과 해가 비추는 각도가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햇빛이 닿는 곳이 오른쪽 아랫가지입니다. 빛은 20~70도 사이에서 비춥니다. 그래서 나무도 그 빛을 받기 가장 적합한 형태로 가지를 뻗어 자란 것 같습니다. 나뭇잎이 많은 곳은 해가 잘 들어오는 곳인 셈입니다. 광합성을 해서 살아가는 나무에게는 당연한 선택입니다. 해를 따라가며 가지를 뻗는 것만이 살 길이니까요. 

 

 저는 이 나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씨앗이 이런 척박한 시멘트 바닥에 싹을 틔웠던 때를 상상해봅시다. 아마도 갈라진 작은 틈새에서 겨우겨우 힘들게 새싹을 내고 뿌리를 내렸을 것입니다. 어렵게 틔운 싹을 키우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무가 커 가고 뿌리를 뻗어갈수록 시멘트 바닥에 점점 더 금이 가게 되었습니다. 이 나무가 벽을 뚫고 가지를 뻗을 수는 없습니다. 사방이 막혀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를 깊이 내리면서 딱딱한 바닥을 깨뜨리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나무가 처한 환경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하늘을 본 적도 없습니다. 창문을 통해 오후에 들어오는 햇살에만 의지하여 자랍니다. 동시대에 싹을 틔운 나무들은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데, 이 나무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위로 쭉 뻗은 나무처럼 자라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구불구불 잔가지를 뻗어갑니다. 전쟁을 겪고 분단된 나라에서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처럼,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몸이 부서져라 애쓰며 뿌리를 내리려 몸부림을 칠 뿐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가지게 되는 분단된 나라의 아픔과 전쟁의 상흔과 마음의 상처가 있습니다. 휴전 중이라고 해서 그 상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후세대에게도 그 고통은 고스란히 전달되겠지요.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것이니까요. 이제 분단과 아픔의 역사가 끝나고 평화와 소통의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은 우리나라를 보고 가장 단시간에 큰 발전을 이룬 기적 같은 나라라고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살았던 환경과 현재를 비교해 봐도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이런 기적을 만든 주인공이신 우리 선조들과 어르신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나무를 보며 감옥에 갇혀서도 독립을 부르짖었던 투사들과 고통의 시대를 사셨던 선조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분들은 견고한 콘크리트 바닥에 금이 가게 하는 이 나무처럼 온 몸으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신 분들입니다.

 

 어제는 도널드 트럼프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김정은을 만난 날입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트럼프가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이 얼마나 비극인지를 체험했기를 바랍니다. 그의 행보가 쇼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소망컨대 경제논리나 힘의 논리를 다 떠난 인간적인 마음으로 한국의 분단 상황을 받아들이고 몸과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통일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철도를 잇고 왕래를 하다 보면 분단의 벽도 차차 금이가고 허물어질 날이 올 것입니다. 저는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북한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아름다운 백두산과 바이칼 호수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다시 나무 이야기로 돌아와서, 저는 이만큼이나 자란 나무를 칭찬해주려 합니다. 환경이 다른 나무들과 비교하지 않을 것입니다.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무시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더욱더 깊이 뿌리를 내려 나무가 굵어지면, 꽃 피울 날이 오겠지요. 사방이 벽인 이곳에도 벌들이 찾아오겠지요. 씨앗을 맺을 날이 올 것입니다. 강인한 생명력이 있으니까요.

쨍하고 맑은 날의 아카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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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비가 오긴 했는데..

어쩌다가 빗물을 받아 놓는 고무통에 바진걸까?

단풍나무를 타고 지붕에 올랐다가 빗물에 쓸려 추락했을지도 모르지.

이름은 넓적사슴벌레구나.

최강 파이터라는데..

썩은 나무를 좋아한다며?  썩은 과일도 먹는다며?

배 맛을 알고 있는거니?

랜만에 보니 반갑구나.

어릴 때 참나무 밑에 가면 많았지. 

애들하고 사슴벌레끼리 싸움시키며 놀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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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댄 논에 물풀과 개구리밥

개구리밥은 가느다란 뿌리를 내리고 둥둥 떠 있다.

물 속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작은 생물도 보인다.

개구리밥은 논의 가장자리에 많다.

산그림자가 드리운 논에 심겨진 벼와

 볍씨가 모판에서 자란 모습이다.

볍씨는 4월 중순쯤 모판에 뿌려서

 비닐하우스에서 물을 주며 키운다.

25일 전에는 여리고 작던 벼가

 뿌리를 내리고 많이 자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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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27. 06:41 자연 이야기

논둑 곤충

논둑에서 등 푸른 곤충이 박주가리잎을 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름을 찾아보니, 중국청람색잎벌레입니다.

하수오, 고구마, 박주가리의 뿌리를 상하게 할 수 있는 해충이랍니다.

광택이 나는 푸른색이 신기해서 찍었답니다.

다리와 더듬이에서도 푸른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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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꽃 찍기

수정시킬 꽃에 꽃가루를 묻히는 작업

5월 5일 배 솎기 

모양이 좋고 잘 수정된 배만 남기고 주변의 배를 제거하는 작업

5월 19일 배 솎기 계속  

비가 오면 배는 자라고 사람은 푹 쉬기

6월 14일 배봉지 싸기 전

 모양이 안 좋은 배를 찾아내서 따내기

6월 19일 배봉지 싸기 

6월 26일  빠트린 배를 찾아서 싸기

봉지 속에서 뜨거운 여름과 천고마비 가을 동안 

황금색으로 동그랗게 자랄 배

자연의 시간이 여물 때를

 기다리며 보살피기

농사는 돌봄과 기다림의 연속

 열매는 사람과 온 우주의 기운이 담긴 예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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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21. 21:00 자연 이야기

백합,개미

백합꽃이 피면 작은 개미들이 오르락 내리락 분주히 움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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