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4. 06:06 추억

고골리의 나라에서

내 집은
화려하진 않아도 편안했어.
늘 같은 길을 가고, 늘 같은 꿈을 꾸며, 늘 날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났지.

어느날
하늘을 날아
고골리의 나라로 간거야.

그곳은
내 언어가 통하지 않고
희뿌연 공기가 뼈 속까지 스며들어 오들오들 떨게 하는 그런 곳이었어.

늘 그냥
미소짓고 웃는 나에게
" 왜 그렇게 웃으시나요?" 하며 이유를 묻던 낯선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지.

내 집은
폭풍이 불고 구멍이 뚫려 폐허가 되어가고..
난 맨살로 거친 땅을 기어 가야만 했던거야.

두려움
사막 한 가운데 선 느낌
난 길을 찾아야만 했어.

누군가
내게 말했지.
" 당신은 겁 많은 달.팽.이.처럼 끊임없이 안으로 안으로 숨는군요"

고통!
페르조나를 벗고
숨겨 왔던 나의 진실과 직면하는 순간에 찾아온 이름이여!

사실
그건 또 다른 내 모습이었어.
난 상처받기 쉬운 부드러운 살결을 가진 달팽이였던거야.

노랑새!
얼어붙은 시린 가슴으로 찾은 자작나무 숲 외진 길에서
가슴이 따스했던 그녀는 희망의 노래를 불러 주었지.

기적!
그 날의 감동을 어찌 잊으리!
날 사랑하는 그분이 변장하고 내게 들려주신 그 위로의 음성을..

거듭남
'이젠 아무리 편안해도 나만을 위한 나의 집은 짓지 않겠어.
상처로 피멍이 든다 해도.. 날마다 새 살을 돋게 하는 아픔이 있어도..'

고골리의 나라에서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새로운 우리 집을 지어가기 시작했다네.

그리고
때론 두렵지만, 상처받을 용기가 있기에,
오늘도 당신을 향한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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