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7. 10:58 추억

백구

백마처럼
도도한 자태로
산책 길 동행해 주었던 너!
너의 쥐잡기는 아주 멋졌어!

가끔 만나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넌 마중 나와 주었지.
혹시, 날 기다렸던 거야?

배즙을 만들 때
기침하는 네게 가장 부드러운 배를 먹기 좋게 썰어 주었는데..
참 맛있는 '아삭아삭' 소릴 내며 먹은 넌 곧 건강해졌어.
넌 그 때 이미 할머니였지만,
내겐 네가 할머니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넌 내게 영원히 친구니까..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넌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치며 날 바라보곤 했지.
내가 맛있는 것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네겐 늘 있었기에
난 그 기대를 충족해 주고 싶었단다.
어떻게 그 맑은 눈망울을 무시할 수 있겠니?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식을 먹어도
넌 늘 내 주변을 서성였지.
이미 넌 네 몫을 준비하는 내 맘을 알고 있었던 거지?
난 네 눈빛만 봐도 네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어.

그건 아주 쉽고 편한 대화법이었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진실된 눈으로 서로를 대할 때에만 가능해.
의심의 싹이 트는 순간, 진실은 왜곡되어 시야를 흐리지.

가끔은
네가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날 무조건 믿고 신뢰하는 네 행동이 말이야. 

사람은 때때로 말과 신념과 행동이 불일치하거든.
인간은 가끔씩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오해를 하기도 해.
제 안에 있는 것인데도, 남의 것이라고 ...( 좀 어려운 말로는 '투사' 라고 해. )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를 지적하지.

만약에
내가 널 그저 늙은 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면
네 눈동자와 네 몸이 말하는 언어를 이해 할 수 없었을거야.
넌 내 발소리와 향기를 알고 기억해 주었고
난 네게 내 마음을 표현하며 말을 걸곤 했기에 우린 벗이 되었지.

힘이 들 땐
그저 곁에 서성여 주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지.
어떤 때는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하기도 해.
신비였어.
너와 내가 교감할 수 있었던 거 말이야. 

참 이상하지?
사람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데..
우린그저 바라만봐도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말이야.

네가 그립다.
네 눈동자가 어른거린다.
네가 사람처럼 오래 오래 살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름다운 백구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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