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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06 3.숲
  2. 2008.12.07 겨울날의 추억 4
  3. 2008.07.10 여름날의 숲

2019. 4. 6. 12:05

3.숲

  kuskovo ( 18 세기 저택) 호수 맞은편 숲을 산책한다.

도로 반대방향으로, 얼어 붙은 호숫가를 따라 걷는다. 

그 끝엔 또 다른 길이 있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길. 

자작나무 울창한 숲 속에서 시간을 잊고 생각에 몰두한다. 어느덧 배가 고프다. 

여기 저기  벗겨진 채 쓰러진 자작나무에 걸터 앉아 물과 빵을 먹는다. 

'잔뜩 흐리네. 눈이 오려나?'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온다.

'여기가 어디쯤이지? 너무 깊이 들어온 걸까?'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심장은 요동치고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

 아무도 없다.

 눈보라 속을 헤매다.

 "눈보라" 속으로 휘말리다.


 "트루루루~트루 트루루루~"

나무들은 하늘을 전부 가릴듯이 울창하고 빼곡하게 자랐다. 

숨쉬기를 마친 사람들의 묘비명에 새겨진 이름과 숫자와 몇 줄의 삶의 흔적들.. 

" Dies irae, dies illa ~ 진노의 날, 그날 Requiem aeternam eis, Domine,  끝없는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레퀴엠이 흐른다. 

1968.09.06 ~ ? 

" 아직 때가 아니야."

"누, 누구세요?"


 함박눈이 온다.

비가 내린다.

따스한 햇살에 눈이 부신다.

새싹이 돋아난다.

순식간에 자라더니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깊은 동면에 든다.

바람이 분다. 

이중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세상.

다시 눈이 내린다.

" 우로보로스"

한 순간도 멈춰 서지 않고 생과 사를 넘나든다. 


 황금가을 (러시아의 아름다운 가을을 일컫는 표현) 숲  고즈넉한 호수에 비친 너.

눈이 부시도록 빛나.

"트루 트루 트루루루~"

가슴 붉은 울새 소리에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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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esand

2008. 12. 7. 23:52 추억

겨울날의 추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첫눈이 내렸다.

나는..
사계절이 다 마음에 들지만 그 중에서도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난,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나의 어린시절,
겨울에는 특히나 즐거운 일이 많았다.

비탈길에서 비닐포대에 볏짚을 넣어 눈썰매를 타며 동네 아이들과 해질녘까지 놀았다.

논에 물을 가두어 만든 얼음판에서 아버지가 만든 썰매를 탔으며, 아이들과 얼음지치기를 했다.

동네 아이들이 길게 한 줄로 기차처럼 타던 썰매는 정말 신나고 재미 있었다.

서울에 친척이 있던 동네 언니가 타던, 하얗고 멋스럽고 날이 날렵하게 선, 스케이트도 기억난다.

손이 시리면 볕짚에 불을 피워 불을 쬐고 젖은 옷을 말리며 코 밑이 시꺼멓게 되곤 했다.

얼음판에서 하는 구슬치기, 팽이돌리기, 고무신을 신고 얼음판에서 하는 고무줄, 8 자 가이상...

겨울은 나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를 선물했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난,
겨울이 좋다.
봄날의 꿈을 잉태한 겨울이여!


강아지들이 산책하는 이 곳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장소이다.

어느 날,
백설공주가 나올 것만 같이, 나뭇가지마다 살포시 내려앉은 눈이 내린 아침, 아무도 걷지 않은 숲을 걷다가, 기적처럼 다정하게 지저귀는 3 마리의 새들을 보았다. 그 추운 겨울에 새들은 뭐가 그리 행복한지, 포르르 포르르 날아서 장난치듯, 눈발을 흩날리며,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고운 목소리로 날 사로잡았다.어느새 나는 그 친구들과 소리없는 대화를 주고 받게 되었다. 영혼의 대화를..

난,
겨울의 숲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소리없는 대화는 수 많은 말보다 진한 감동으로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다.
연약한 자신과 불확실한 미래에 절망했던 내게 겨울날의 숲은 멀리, 깊이, 더 높이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메마른 나뭇가지 너머에 있는 세계와 그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생명의 충만함!

나는,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날의 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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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esand

2008. 7. 10. 09:40

여름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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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 타듯
주룩주룩 땀방울이 온 몸에 흘러 내려
내 몸 어디에 이렇게도 많은 물이 숨어 있었을까?

실눈을 뜨고
나른한 다리로 오솔길 걸으니
풀벌레와 나무들까지도 후끈후끈 더운  숨을 몰아 쉬네 

그러나, 눈부신 초록은
바람으로 춤추며 자라나
푸르름으로 울창해지는 여름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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