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9.02.02 학교 가는 풍경
  2. 2008.09.20 목화밭에 담긴 이야기
  3. 2008.09.19 잠자리는 꿈나라 여행 중

2019. 2. 2. 14:05 추억

학교 가는 풍경

영하 12 도!  아침 하늘은 푸르고 쩌렁쩌렁한 공기가 신선하다.

옷을 여러 겹 챙겨 입고 장갑을 낀 후 문을 나선다.  

 중학교 다닐 때,  뒷동산 지나 밭 둑 아래로 바람을 피해 다니던 기억이 난다. 내 맘대로 만들어 가는 지름길. 기분 내키는 대로, 날씨에 따라, 풍경에 취해..소나무 숲, 가시덤불, 하늘과 맞닿은 들판, 억새들 사이로 포르르 포르르 짹짹 짹짹 날으는 참새떼.. 촉촉한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신세계가 펼쳐지는 시골길! 흰 옷 갈아입는 들판, 참나무들과 가시나무들, 저 멀리 흔들흔들 춤추던 굴뚝 연기까지... 살아 숨쉬는 풍경화!

 벼를 수확한 후 5~10 cm 정도 자란 벼의 밑동이 얼면 일부러 밑동만 밟으며 다닌다. 푹신푹신 느낌이 좋고 물이 고여 얼은 곳보다 미끄럽지 않다. 밟을 때마다 나는 사사삭 사사삭 사삭 소리에 온 몸이 즐겁다.  

 저 멀리 보이던 학교가 점점 가까워지면 시냇물을 건너야 한다. 시냇물은 아무리 추운 날이어도 얼음 밑으로 물이 흘러간다.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는 생명의 소리." soul~ s o u l ~ So~o~o~L~ful~ so~ Cool!"

추위와 물이 만들어 내는 그림은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예술작품이다. 이보다 멋진 추상화가 있을까?

 300 미터만 가면 학교다. 고개를 확 젖혀야만 꼭대기가 보이는 키 큰 플라타너스 5 그루가 있는 길을 지난다. 친구를 기다리는 새 둥지 3 개가 덩그러니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다. 코너를 돌아 문방구를 지나 오르막길 끝에 후문이 있다. 넓다란 운동장을 돌면 오른편에 우리반 교실이 보인다. 

두 귀와 볼이 발그레해지고 코 끝이 얼얼 하고 부르르 부르르 온 몸이 떨려도 미소 지으며 걷는 학교 가는 길!

그리운 나의 시골길 풍경화!

영원한 나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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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노래가 있죠? "우리 처음 만난 곳도 목화밭이라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사랑을 약속했던 곳 그 옛날 목화밭 목화밭.." 가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목화밭 추억을 노래하던 가사가 인상적이지요. 예전에는 목화밭이 많았어요.
 
 제게 목화밭은 엄마 따라서 솜을 따던 추억이 담긴 곳입니다. 딸이 셋이라, 엄마는 시집 보낼 때 솜이불 해 주시려고, 집 너머 밭에 목화를 6 줄 정도 심곤 하셨어요. 하얀 솜꽃이 피면, 우린 허리에 보자기를 둘러 솜을 따 넣을 공간을 만들었어요. 마냥 놀고 싶었던 어린시절이라 일이라면 하기 싫었죠. 목화를 딸 때 벌어진 딱딱한 열매 가장자리에 손이 긁히곤 했었구요. 제 기억에 목화꽃이 생각나지 않는 것을 보면, 목화 따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 다시 본 목화꽃은 참 아름답네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목화밭'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 칠 정도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목화꽃이 필 무렵이면, 초등학교 4 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일손을 돕기 위해 학교 대신 목화밭으로 일하러 간다고 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꽃이 누구에게는 낭만적인 장소가 되기도 하겠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괴로운 장소가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일을 한 댓가로 용돈을 벌 수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라서 그래도 참을만 했다는 그녀의 말에 가슴이 아픔니다. 고등학생도 아닌 어린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다니..

 요즘도 아이들은 11월까지 목화 따는 일을 하러 간다고 하네요. 만약, 부모가 아이를 일터로 보내지 않으려면, 병원에서 가짜
진단서를 끊어서 학교에 제출하면 된다고 합니다. 물론, 병원에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친구의 조카는 조금의 용돈을 받고 싶어서 목화밭에 가겠다고 하지만,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다가 납치라도 당할까봐 걱정이라고 합니다. 인신매매단이 있어서 그렇대요. 도시락 싸 들고 일하러 가는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이런 일도 있었대요. 친구가 목화를 따다가 손에 상처가 나고 염증까지 생겨서 엄마는 학교에 가서  딸을 목화밭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장갑을 끼고 일하면 된다고 했다네요. 엄마는 화가 나서 그럴 수 없다고 하자, 학교에서는 일하러 가지 않으려면 다른 학교로 옮기라고 했대요. 결국, 친구는 전학을 가게 되었구요.

 물론, 목화밭 덕분에 좋은점도 있었대요. 큰 공장이 들어서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고 돈을 벌게 된 것이죠. 목화는 버릴 것이 전혀 없는 식물이래요. 목화씨는 기름으로 쓰고, 목화는 면이나 솜이불을 만들죠. 그래서 목화를 다른 이름으로 '면화'라고 불러요. 목화를 따고 난 꼬투리는 소에게 먹이로 준대요. 그러면 소의 젖인 우유가 기름기가 좔좔 흐르면서 맛있다네요. 뽑은 줄기는 땔감으로 쓰지요. 참 유용한 식물이네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우리나라 70-80 년대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친구들이 도시에 있는 공장에 가서 일을 했었지요. 생각해보니, 세상이 급격히 변했군요. 이젠 3 D 직종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종사하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그들에게 잘 대해 주어야겠어요.  힘든 일을 하시는 분들 덕분에 우린 좀 더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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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목화가 드디어 하얀 솜과 검은 씨앗을 맺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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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이슬에 젖은 날개로 잠자리는 풀에 매달려 꿈나라 여행을 합니다.
잠자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서 누구를 만나는 꿈을 꿀까요?

 예전에 학교 가는 길에 자주 목격했던 풍경이라 무척 반갑네요.
잠자고 있는 잠자리를 제 옷에 붙이고 학교로 가는 도중에 해가 뜨면, 잠자리는 깨어나서 날아가곤 했답니다. 옛날 옛날에 학교 가는 동안 길동무가 되어 주었던 잠자리를 보니 마치 학생이 된 기분입니다. 뒷동산을 지나서 밭과 논길을 지나 시냇물 돌다리 건너 플라타너스를 지나면 학교에 도착했지요.

 시골길은 잊혀져가는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여행길입니다. 그 길에서 나는 참으로 마음이 깨끗한 아이를 만납니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던 영혼이 맑고 순수한 소녀를 ... 달님에게 기도를 드리던 그 아이를... 어린왕자를 사모하던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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