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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31 1.두려움과 호기심 사이

나의 이십 대는 선택의 기로에서 서서 고민하는 순간들로 채워진다. 

학교, 써클, 남자 친구, 종교, 친구들, 직장, 이별 후유증을 앓는 것일까? 

결혼은 접어두고 꿈을 찾아 떠나고 싶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나는 이상에게로 한 발 더 다가선다. 

익숙한 삶의 터전은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인다. 오늘도 내일도 시계추처럼 일정한 거리와 시간을 오간다.

낯선 세상은 호기심을 부추기며 유혹하지만, 미지의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두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조금씩 준비하며 맛보며 익숙해지기.

'그래, 언어를 배워 보자. 도스토옙스키의 언어'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러시아 여행 가이드북을 사서 읽고, 테이프로 기초단계의 러시아어를 듣는다. 

'볼가강은 흐른다' 노래가 좋아서 그나마 견딜 수 있었지. 

영어를 닮은 철자인데 발음이 달라 고생을 한다. 예를 들면, P는 '에르'로 C는 '에스'로 소리 낸다.

필기체 쓰기도 낯설고 문법은 이해가 어려워 독학은 포기하고 새벽반 학원을 다닌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여성, 중성, 남성으로 나뉘고, 6 격에 따라 시제에 따라 어미들이 변한다.

특정 동사는 특정 격을 요구하므로 암기하는 방법이 최고다. 예외는 무조건 암기하기. 

러시아어는 격변화가 있어 어렵지만 그만큼 정확한 표현이 가능해서 흥미롭다. 

성과 격과 시제에 딱 맞게 문장 요소들을 일치시켰을 때의 짜릿함과 성취감은 절로 웃음 짓게 한다.

"아진, 드바, 뜨리.. 하나 둘 셋"  시작이 반이라더니, 문법구조가 그려진다. 이제 반복 또 반복하여 익숙해지기.

버스나 자동차 번호판들이 러시아 숫자로 살아 움직인다. 주변 사물들을 낯선 언어로 부른다.

무거운 사전을 한 장 또 한 장 넘길 때마다 어느새 두려움은 작아져 간다. 

겁이 많은 성격인 나는 기초적인 준비를 마친 후에야 러시아행을 결정했다.

호기심이 승리한 것이다.

과연 승리한 것일까? 

시작은 그러하다.

그러나 그는 혼자 오지 않는다.

호기심은 때때로 '푸른 수염'처럼 어둠의 그림자와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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