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감추고 살았던 아이가 생각나는 노래

'Singularity'

길 잃고 방황하는 아이처럼 외롭고 힘겨웠지. 감정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꿈 속에선 쫓기는데 도망칠 수도 없어. 숨이 턱턱 막혀 살려달라고 외치지도 못해. 자다가 경기를 일으키곤 했다는데.. 겉으로는 몸이 좀 약한 아이처럼 보였을테지. 어느날엔가 결국 쓰러져서 엄마가 학교에 온 적이 있어. 여름에도 기침을 많이 했으니까 기관지가 좀 약하게 태어났단 생각이 들었을 뿐...  

 이 노래에서 내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어. ' 나에겐 목소리가 없어.' 얼어붙은 호수처럼 감정이 흐르지 못하던 상태. 내가 나를 낯설어 하는 상황. 내가 내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해서 그래서 불안하고 긴장되어 몸이 편하지 않았던 날들.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않았기에... 실제로 말을 거의 안했지. 어떤 애들은 내가 벙어리처럼 보였대. 집에서나 학교에서 늘 말이 없고 착하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아무도 몰랐을거야. 내가 얼마나 아픈 상태였는지...  난 착해야만 했으니까. 차라리 오빠처럼 말썽부리고 잔소리라도 들었으면 아프지 않았을텐데... 그럴 수 없었지. 막내동생이 죽은 것이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다는 것을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어. 얼마나 힘들었을까....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해가 질 때까지 놀았고,시골에서 살아서 자연과 늘 친구하며 지냈어. 나 자신과 대화하는 아이가 되었고 글을 쓰기 좋아했지. 내면의 아이와 만난 것이 이 때 즈음이었을거야. 나무와 바람과 별과 달님, 만나는 모든 것들에게 말을 걸고 귀 기울이게 된 것도 ... 조금씩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더이상 외롭지 않다고 느꼈어.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니까. 신기한 것들이 가득했지. 가장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작은 씨앗 하나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꽃을 피우더니 열매를 맺고 다시 많은 씨앗으로 돌아가는 장면이야. 이건 기적이야. 생각해 봐. 보잘것 없이 작은 씨앗 한 알에 무수히 많은 씨앗들이 들어 있다는 걸. 거대한 생명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 세상에 하찮은 존재는 없다고 생각해. 좀 다른 모습일 뿐이지. 눈에 보이는 현상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본질을 보는, 넓고 깊은 시야를 갖고 싶어.

  *아이들의 우주*라는 책을 권하고 싶어.  

사람들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만들어 준 책이야. 

 

 입을 닫고 살면 보고 듣는 것들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 같아. 전지적 관찰자 시점이 된다고 하면 잘 설명이 되려나? 타인의 감정에도 무척 예민해지지. 

 착하다는 말을 싫어했어.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면을 쓴 댓가로 얻는 별명이지. 착한 아이가 아니란 것을 내 자신은 알고 있으니까. 

 교실에서 반항할 용기도 내 보고. 아버지 앞에서 황소고집을 부리게도 하는 그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소리들... 외침들... 꼭꼭 숨겨둔 어둠의 창고 문이 열리는 순간 더이상 방어할 힘이 없어.


이 노래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해. "진짜 너의 모습은 뭐니?"라고 묻고 있어.아``` 나도 여전히 찾고 있는 중이야. 

*아이들의 우주- 가와이 하야오 지음. 김유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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