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1. 06:54 자연 이야기

도시의 참새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흐린 날에 작은 뽕나무에서 쉬고 있는 참새를 봤다.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이 흐르는 다리 밑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물의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고, 물의 흐름을 거슬러 방화수류정을 향해 걷는 시민들도 있다. 나는 쫀득한 찹쌀팥도너츠를 먹으며 다리 위에서 비둘기들의 비행을 관찰하다가 포르르 포르르 인도와 작은 뽕나무를 오가는 참새를 발견했다. 누군가 떨어뜨린 작은 빵조각을 부리로 잘라서 나무에서 기다리는 새에게 먹여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왜 직접 날아서 먹이를 구하지 않니? 혹시 어디 다친거야? 이소한 새끼인가?'

 빵부스러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먹이를 찾아 잔디밭 사이나 비둘기들이 모인 곳을 날기도 하다가 물가에서 잠시 쉬기도 하는 참새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다리 밑으로 내려간 나는 가방에 있는 해바라기씨 껍질을 10 개 벗겼다. 혹시 참새가 못 볼까봐 빵조각이 있던 자리에 씨앗을 놔 주고 다리 밑에서 지켜보는데.. 자꾸 다른 곳만 탐색하는 짹짹이들이 답답하기도 해서 씨앗 3 개를 다른 곳에 놓으려고 주웠다. 

'과자 부스러기를 함께 두면 어떨까?' 

에이스를 꺼내 먹고 하나는 잘게 부숴서 씨앗 근처에 놓고 있는데 갑자기 비둘기 한 두 마리가 날아오더니 순식간에 몰려든 비둘기들이 깨끗하게 씨앗까지 먹고는 무서워서 도망가는 나를 따라오는 놈도 있다. 다리 위를 지나던 사람들이 보면서 웃고 있다. 

'참새 새끼 주고 싶었는데.. 비둘기 배만 불렸군.'

포기를 모르는 나는 혹시 참새들이 해바라기씨를 못 볼까봐 이번에는 깐 것과 안 깐 씨앗을 섞어서 같은 자리에 놓고 어서 빨리 참새들이 발견하기를 기다리며 다리 위로 올라갔다. 

'아싸, 그래 그래 조금만 더 총총총 내려 오면 돼.'

드디어 씨앗에 근접한 새들이 열심히 부리를 움직이고 있다.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가 같은 곳을 지났는데, 씨앗은 그대로다. 다시 두 마리 참새가 씨앗 주변에서 콕콕 과자 부스러기를 쪼아 먹었지만 깐 씨앗 한 개만 없어졌다. 

'뭐지? 도시 참새들은 해바라기씨앗을 모르나?'

생각해보니 참새가 도시에서 해바라기씨를 먹어 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에는 좀 작은 씨앗도 들고 다녀야겠다. 

 '이 씨앗은 내가 직접 키운 유기농인데.. 아쉽다. 꼭 새끼 먹이느라 애쓰는 어미새가 먹어주길 바랬는데..'

 

이 뽕나무에 참새 있다.


이것은 여담이다. 

도서관 근처를 지나다가 참새가 담쟁이넝쿨로 돌진하는 장면을 봤다.

이 안에도 참새 있다.


 사거리 건널목에서 발견한 참새의 비밀 아지트가 있다.


가로로 된 파이프 양 쪽에 구멍이 있어서 참새가 드나든다.

참새 보호구역

 새덕후님 채널에서 각종 새들의 멋짐을 즐겨 보고 난 후에 산책시간이 길어졌다.

요즘은 아슬아슬하게 차들 사이를 낮게 날으며 인도와 차도를 넘나드는 조그만 새들 때문에 걸음을 멈추는 일이 많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얘들아, 신호 보고 건너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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