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간 동안 저는 자고 있는 젖먹이 동생 곁을 지키고 있었어요.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 아이는 엄마와 단 둘이 지내는 시간이 줄어요.
제가 방문하는 날이라도 아이가 엄마와 데이트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집에 남기로 했지요.

 동생이 잠을 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아이가 기다려지기도 해서 2 층 문 앞을 서성이는데 발소리가 들리네요.

" ㅇㅇ야, 어서 와. 반가워."
"선배밈, 안녕가세요. 빨리 내려오세요."
단호한 목소리에 손짓까지 하면서 명령합니다.
" 아 ~ 예. 내려갑니다. 내려왔어요. 먼저 올라가세요."
" 으흠.. 따라오세요." 

'허허허! 고녀석, 내 마음과 통했군.'
아이를 만나면 저도 장난끼가 발동하거든요. 게다가 발음까지 좋아졌네!
전에는 " 오데요" 라고 말했거든요. 하루가 다르게 느는 우리말.
제 맘이 흐뭇했어요.

 총싸움 놀이를 할 때는 제가 졸병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이는 명령어 표현을 가끔 쓰지요. 이 날은 아이가 괴물 역할을 하고 제겐 총을 쏘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총을 쏴도 도망다니는 괴물은 죽지도 않아요. 제가 괴물이 되면 아이는 반드시 저를 죽이거든요. 거 참, 저는 언제나 아이에게 지지요. 그래도 아이 말이 늘어갈 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언젠가, 제가 방에서 동생과 놀고 있을 때 아이가 집에 돌아온 적이 있었어요. 방 안에 있던 저는 아이 얼굴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인사를 했지요.

" ㅇㅇ이 왔니? "
" 아니오, ㅇㅇ이 아녜요. 아저씨예요."
' ..?  ' 
" 아 ~ ! 아저씨, 어서 오세요."
" 네, 선배밈, 흐ㅎㅎ.. "

굵은 남자 목소리를 내며 아이가 말했답니다.
우리 모두 실컷 웃었지요.
유머를 아는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 줘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상상력은 또 얼마나 풍부한지..
동화책 그림을 보면서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온 몸으로 연기까지 해 가며 제게 설명을 해 주지요. 아직 서툰 우리말로 말입니다. ㅎ ㅎ

 아 ~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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