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놀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20 총싸움 2

2008. 7. 20. 19:11 아이들

총싸움

 어린시절 들판을 뛰어다니며 총싸움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막대기도 좋고, 긴 담배대공 말린 것도 총으로 제격이죠.
두 편으로 무리지어 전쟁놀이를 했는데,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별 상관이 없었어요.
그냥 모두 함께 놀았습니다. 주변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여 숨기도 하고, 쫒고 쫒기는 긴장된 역할을 하다가 총이라도 맞는 날엔 "으아아"하며 최대한 멋진 폼으로 죽었지요. 우리편이 이기거나 상대편이 이기면 다시 살아나는 총싸움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답니다.
전쟁놀이를 하면 어딘선가 자꾸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 어떤 무시무시한 괴물도 물리칠 용기 말입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아무리 성능이 좋았던 총이라도 버리고, 밥 먹으러 집으로 향했죠.

 어제, 네 살 남자아이와 놀다가 총에 맞았습니다. 아이 손에 잘 맞는,방아쇠를 당기면 " 땅" 하고 소리가 나는, 장난감 총이었어요.
총은 하나 뿐이어서 저는 방어를 할 수도 없었기에 " 손 들어" 하면 손을 들고, 입으로는 연실 "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를 외쳤지만 무참히도 총을 쏘더군요. 일방적인 공격. 전 수 차례 죽었다가 살아난 후에야 단 한번 총을 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답니다.

 도시 어디에서도 자유스럽게 뛰어다니며 전쟁놀이를 할 공간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 혼자 전쟁놀이를 합니다.  혼자서, 누구의 간섭도 받기 싫어하며,협조하고 의사소통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한 채..
폭력적인 행동은 늘어가고, 부모의 말도 듣지 않는 아이로 변해갑니다.
이상하죠? 같은 전쟁놀이인데 정 반대 효과를 가져오는 것 말입니다.
자연을 잃어버리고 편리하고 안락한 아파트와 차를 얻은 댓가가 너무 비쌉니다. 아이들 정서에 상처를 내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총싸움을 하며 서로 어울려 맘껏 놀게 하고 싶은데..
내면이 튼튼해지고 용감해지는 놀이에 푹 빠지게 도와주고 싶은데..
진짜와 똑같이 생긴 총은 돈만 주면 살 수 있지만, 진짜 상상력은 어디서 사야 하나요?
놀이를 빼앗는 것은 아이들을 서서히 죽이는 것입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영양가 풍부한 음식과도 같아서, 금식하는 날에는 마음과 영혼이 삐쩍 메말라, 웃음이 사라지고 즐거움도 잊은 채 거칠어지고 갈라지고 영양실조에 걸리게 된답니다.
아이들과의 놀이는 어른들까지도 풍요로운 땅으로 인도하지요.
제발, 부탁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실컷 놀게 해주세요.
 




 

'아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찰흙놀이  (0) 2008.09.01
앞니 빠진 데니스  (0) 2008.07.31
엄마  (0) 2008.06.28
숟가락의 변신  (0) 2008.06.25
자장면에 담긴 우정  (0) 2008.06.22
Posted by heesand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sand play 자연 사랑
heesand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