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햇살이 찬란한 날입니다. 

 

 자, 살탄황제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오늘은 대략적 줄거리만 전하려고 합니다. 

왕비와 왕자는 파도에 밀려 해변에 도착해서 통나무 밖으로 나왔습니다.

사면이 바다인 작은 섬의 언덕에 참나무가 있어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저녁 먹거리 사냥에 나섭니다.  

바닷가에서 솔개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백조를 구해줍니다.

백조는 왕자를 구원자라 칭송하며 자신을 위해 3일간 금식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자기는 백조가 아니라 처녀이고, 솔개는 마법사라면서요. 그 댓가로 좋은 선물과 섬김을 약속하면서요.

배고픈 왕비와 왕자는 잠자리에 들지요. 잠에서 깨어 보니, 하얀 성벽을 두른 멋진 성이 보입니다.

백조가 선물한 나라에서 왕자는 대관식의 주인공이 됩니다. 

Князь Гвидон  그비돈 왕자 

 

 장면이 바뀌어 왕자가 상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세상 소식을 듣는 장면입니다.

앞으로도 이 장면은 4회 더 나옵니다. 선장의 교역품이 바뀌고 왕자가 황제에게 전하는 문장이 조금씩 바뀝니다.

첫 번째 선박이 그비돈 왕자의 섬에 도착한 날, 아버지가 보고 싶던 왕자는 백조에게 그 사실을 말합니다.

그러자 백조는 왕자를 모기로 변신시켜 아버지의 나라를 방문하도록 돕습니다. 

두 번째는 파리로 변신해요.

마지막에는 왕벌(땅벌의 일종)로 변신하여 고향을 방문합니다.

 

 살탄황제는 뱃사람들로부터 그비돈 왕자의 왕국에 대한 기적적인 이야기들을 전해 듣고, 왕자의 인사를 전해 듣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인 것은 모르는 상태입니다. 황제가 왕자의 나라를 방문하려고 할 때마다 방해하는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첫 번째 훼방꾼은 요리사- "새로운 섬 생긴 게 뭔 기적이야? 전나무에서 다람쥐가 노래하며 황금 잣열매에서 에메랄드 잣 정도는 까야지.." 두 번째 방해꾼은 방직공 - " 기적이라고 하려면, 적어도 바다에서 33 명의 장수 정도는 나와서 성을 순찰해야 기적이지." 세 번째는 노파 - " 아니, 바다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거니는 것이 뭐가 놀라워? 게다가 뱃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어떻게 알아? 어느 바닷가에 산다는 아름다운 공주 정도는 되야 기적이지."  노파가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과 목소리를 묘사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왕자도 첫눈에 반하는 여성상이예요. 이 공주를 그린 화가가 있을 거예요. 찾아 볼게요.

 

  아버지의 나라에 다녀 올 때마다, 백조는 왕자와 대화를 나누며 그의 감정과 마음을 헤아립니다.

 백조는 왕자를 위해 기적을 일으켰어요. 이번 고민도 해결 될까요? 

"보니까, 사람들은 결혼해. 그런데 난 결혼도 안 하고 다니네." 

"어떤 사람을 원하는데?"

왕자는 왕벌이 되어 노파에게 들었던 공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 이런 공주가 있다는게, 정말 사실일까?"라며 왕자가 백조의 대답을 애타게 기다리는데, 공주는 침묵하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해요. 

" 물론이지! 그런 처녀가 있어."

"Но жена не рукавица:  С белой ручки не стряхнешь Да за пояс не заткнешь."

그러나 아내는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다며, (직역-아내는 벙어리장갑이 아니야.?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충고를 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왕자는 고민 끝에 결심하고 백조를 만나요. 이 세상 끝까지 걸어서라도 아름다운 공주를 찾아 내 반드시 결혼하리란 맹세를 합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조가 깊이 한숨을 쉬며 말합니다. 

"왜 그렇게 멀리 가? 알아 봐, 너의 운명은 가까이 있어, 공주는 바로, 나니까." 

 

 Знай, близко судьба твоя,

Ведь, царевна эта - Я

 

백조는 날개를 퍼득이며 높이 날아 오르더니 해변가 수풀에 내려 앉았어요.  

몸부림치듯 몸을 떨더니 공주로 변신했어요. 어머니의 축복을 받으며 둘은 결혼해요.

 

 네 번째, 그비돈의 섬으로 배가 들어옵니다. 이번 선주는 무엇을 팔았을까요? 

상인들에겐 허락되지 않은, 지정되지 않은 물건(선주에게는 허락된) 을 팔았다고 특이하게 대답해요. 이전 까지는 물품을 정확히 표현했거든요. (흑갈색 여우와 흑담비의 모피, 말, 순금과 은, 철제 물건) 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왕자가 ,살탄황제에게 변신한 모습으로 가지 않고, 아내와 함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살탄황제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다는 섬에서 그비돈 왕자가 전하는 말 "황제가 이곳에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네요."을 듣고 급히 출항 준비를 명령합니다.  왕비의 두 언니와 노파가 황제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자 "내가 뭐야? 황제? 아니면 어린애?" 호통을 치고 정색을 합니다.  

" 지금 당장 가자."라며 발을 쾅쾅 구르고는 문을 쿵 소리 나게 닫고 밖으로 나갔어요. 하하하!

 

 그비돈 왕자가 홀로 창가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응시하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바다 저 멀리서 살탄황제의 깃발이 나부끼며 배가 들어옵니다.

너무나 감격한 왕자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귀로만 들었던 기적적인 풍경들을 눈으로 직접 보며 황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왕궁으로 안내받던 황제는 아름다운 공주와 그 옆에 있는 여인과 마주칩니다. 

"내가 지금 꿈을 꾸나?(내가 지금 뭘 보는 거야?) 이게 뭐야? 어떻게.." 말을 잇지 못하고 왕비를 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아들과 며느리까지 만난 황제는 너무나 기뻐서 연회를 즐깁니다. 

이때, 구석으로 도망친 세 명의 여자는 벌벌 떨며 사실을 고하고 죄를 자백하며 통곡합니다. 

황제는 기쁜날을 위해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전래동화에 주로 등장하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나도 그곳에 가서 꿀맛 술을 마셨지- 그리고 수염만 적셨지."

 

Я там был; мёд, пиво пил -

И усы лишь обмочил.

 

https://www.tretyakovgallery.ru/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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Официальный сайт Третьяковской галереи

www.tretyakovgallery.ru

 20세기 전반의 14 번에 가시면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브루벨의 그림이 있어요.

Vrubel Mikhail Aleksandrovich / Swan Czarevna 1900 년 작품

Врубель Михайл Александрович 

공주가 백조로 변모하는 순간을 담은 그림입니다.

푸시킨의 이야기에서는 반대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지요. 백조가 공주로 변하니까요.

동화 속 백조공주의 모습은 땋아 내린 머리에 초승달이 빛나고, 이마에는 별이 반짝이며,  강물이 흐르듯 달콤하고 맑은 목소리를 가진, 공작새처럼 아름다운 처녀입니다. 낮에도 환히 빛나고, 밤엔 달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는 존재.

백조는 영혼을 고양시키고, 삶의 어둡고 신비스러운 측면에 대한 지식을 가져다 주는 존재의 상징이래요. 

최고의 아니마상이네요. 청년 그비돈 왕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아니마상. 

백조가 왕자를 위로하며 감정을 살피고, 고민을 세심하게 들어주는 모습이..  

와~ 감동입니다.

이것으로 푸시킨의 살탄황제 이야기를 마칩니다. 

우리 마음 속에도 백조 같은 친구가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평안!

 

백조공주 구름/18.05.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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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esand

아니마(독일어의 Seeie, 심령)에서 , 아니무스는 독일어(Geist, 심혼)에서 빌려 온 라틴어 용어이다. 융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내적 인격(아니마, 아니무스) 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것은 집단 사회에 적응하는 가운데 형성된 외적 인격인 페르소나에 대응하는 무의식적 인격이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내적 인격의 표현은 남성에서는 주로 기분(mood)으로 나타나고 여성에서는 주로 의견(opinion)으로 나타난다.

아니마는 남성에게 영감과 창조적인 통찰을 갖도록 하는 예감, 개인적으로 배려된 섬세한 정감을 갖게 하는 무의식의 기능이다. 이것을 잃으면 남성은 융통성과 생동감, 창조적 아이디어를 잃어버려 경직되고 완고 해지며 일이나 말의 기계적인 반복을 일삼게 된다. 

아니마의 부정적 작용이 남성에서는 변덕스러운 기분과 짜증 섞인 잔소리로 표현된다. 부정적인 아니마는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네가 하는 일은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라고 속삭이는 내부의 소리로 나타난다. 이것은 남성의 용기와 배짱을 무력화시키고 모든 희망을 포기하게 하는 등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할머니의 기분을 따라가다 보면 부정적인 아니마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작은 소원에서 큰 소원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자. 

  1. 황금물고기를 살려주고 빈 손으로 왔을 때: 화를 내며 "새 빨래통이라도 달라고 해요"
  2. 새 빨래통이 생기자 마자: 한심한 영감이라며 심하게 화를 내며"아니 영감, 요 하찮은 빨래통 가지고 되겠어요? 새 집이라도 달라고 해"
  3. 새 오두막집을 얻자 마자: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욕하며 바가지 긁어대며 잔소리하며"겨우 작은 집 한 채라니요. 시커먼 농사꾼 아낙은 싫어요. 귀부인이 되어 사람들을 부리고 싶어요."
  4. 귀부인이 된 후: 남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쫓아내며 하인 취급함.
  5. 천하를 호령하는 여왕이 되고자 할 때 : 미친것 아니냐며 욕심을 버리라고 충고하는 남편 따귀를 때리고 위협함. "감히 귀부인에게 말대꾸를 해? 강제로 끌려갈 테냐?"
  6.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는 여왕이 되자: 남편을 무시하며 쳐다보지도 않고, 눈짓으로만 명령을 내려 쫓아내 버림. 폭군이 된 모습 
  7. 여왕 노릇이 지겨워진 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버려두었던 노인을 찾아 무서운 얼굴로 지시를 내림. " 용왕이 되어 바다와 온갖 물고기를 다스리고 황금물고기 시중을 받겠노라"  

부정적인 아니마는 화를 내는 것에서 시작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잔소리를 해대며 바가지를 긁는다. 화를 내는 정도가 심해지고, 남편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고, 바보 얼간이라며 욕하고 하대한다. 귀부인이 된 후에는 남편을 내쫓아 버리고 경멸하는 태도를 취하고 외면한다. 마지막에는 어디에 사는지 조차 몰랐을 정도다. 

 이런 상태를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융은 아니마를 의식화하려면 '아니마의 객관화'를 시도할 것을 권한다. 이는 어떤 불쾌한 기분을 나타내는 부인을 상상하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적극적 명상을 말한다. 이를 통해서 불명확한 그림자 같은 무의식의 아니마상이 보다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적극적 명상법은 꿈의 해석처럼 전문가의 지도를 필요로 한다. 

 일상에서 아니마의 객관화는 자기의 기분을 기술하고 왜 그런 기분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자신의 기분을 그림, 글, 춤 등 자신이 하고 싶은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남성의 아니마 의식화는 이성에 눌린, 혹은 남자로서의 무뚝뚝함을 페르소나로 삼는 과정에서 억압된, 정감을 되살리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정감을 말과 행위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소원을 전달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맡았다. 할머니가 여왕이 되어 천하를 통치하겠다는 황당무계한 소원을 갖자 적극적으로 충고하고 직언을 하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결정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한다. 어쩌면 할아버지의 자아가 점점 힘을 잃고 무기력해져 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할머니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도구(할머니와 황금물고기 사이에서 소원의 전달자) 로서의 역할만을 보여주는 상태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한 사람으로 가정하고 본다면, 할아버지는 부정적인 아니마에 사로잡혀 지배당하는 남성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다. 할머니는 자신을 평안히 쉬지 못하게 괴롭히는 잔소리꾼, 마귀할멈, 폭군인 여왕폐하, 광기 어린 미친 여자일 뿐이다. 그 미쳐가는 할멈을 거역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것만 같다. 그래서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황금물고기를 만나기 전의 가난하고 초라한 상태로 돌아갔다.   

흥미로운 것은 할머니의 욕심이 커져가며 광기가 더해갈 때마다 바다의 상태 또한 변화하는 것이다.

잔잔한 바다→ 찰랑찰랑 물결침→거센 파도→검푸른 바다, 사나운 파도→사나운 폭풍, 휘몰아치는 파도로 묘사된다. 

그리고 용왕이 되어, 무의식으로 상징되는, 바다를 다스리겠다는 마지막 소원을 전달했을 때 사나운 풍랑은 극에 달한다. 용왕님이 대로한 모습이다. 외적 인격인 페르소나에 편중된 삶을 살 때, 무의식은 의식세계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물결이 일듯이, 의식에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 반향은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서 전달되기도 하고,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감정이나, 꿈을 통해서나, 몸의 상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 무의식의 메시지를 소홀히 여기고 무시하며 외면할 때,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초라한 움막집에 살게 된 노부부처럼 가난해지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부자는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추구하는 만큼 내적 인격을 가꿀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사회적 얼굴과 내적 얼굴 모두를 가꾸는 사람이 멋지다. 

참고서적:자기와 자기실현 /이부영. 분석심리학의 탐구 3 /한길사

 할아버지의 의미심장한 대사를 기억했으면 한다. 나를 돌아보면서..

이런 말을 하거나 듣는 순간이 온다면, 바로 나를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마누라(남편)가 잔소리가 끝도 없어. 마누라(남편) 때문에 죽을 지경이야. 바로 저게 마귀구먼, 횡재했답시고 돼지새끼처럼 욕심만 부리고 남편(아내) 취급도 안 해주네. 마누라(남편) 광기가 나날이 심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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