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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9 봄의 향기를 가득 담은 냉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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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하여 냉이를 캐러 갔다.
호미를 잡은 지 너무 오래 전이라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햇볕이 따스하고 조금은 차가운 봄바람이 분다.
어디로 가야 냉이가 많지?

 옛날 우리 마을에는 아이들이 참 많았다.
한 집에 3-4명은 기본이었으니 동네에 아이들이 북적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늘같은 봄날에는 바구니와 호미를 가지고 언니들과 어울려 냉이를 캐러 가곤 했는데..지천에 냉이가 자라던 시절이었지. 언니들을 따라 다니면 자연스럽게 어디에 냉이가 많은지 알게 된다. 과수원에는 뿌리가 굵고 큰 냉이들이 많았다. 참 이상했던 것은, 언니들은 좋은 냉이를 한 바구니 캐는데 우리는 늘 적게 캐는 것이었다. 작은 냉이는 남기고 큰 것들만 골라캐는 언니들과는 달리 우리는 작은 냉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캐다가 큰 것들을 놓치고 마는 것이었다.
결과가 어떻든지, 바구니를 옆에 끼고 나물 캐러 가는 아가씨 대열에 합류하여 냉이를 캐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오늘이다. 그 아이들은 지금 다들 어디에서 무엇을 하시는지...

 냉이에는 두 부류가 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어 흙의 색깔을 닮은 것과 봄에 나서 초록빛을 띠는 것이다. 물론 향이 진한 것은 겨울을 난 냉이이며 뿌리도 굵고 맛도 좋다. 문제는 겨울을 지낸 냉이가 땅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나무가 심겨진 밭을 탐색했다. 서서 몸을 약간 구부린 자세로 냉이를 찾았으나 냉이는 없었다. 길 가의 둑을 돌아다니다가 몇 개 못 캐고 다시 밭으로 돌아와 살펴보니 세상에! 이럴수가... 냉이가 사방에 자라고 있는 거다. '아까는 왜 못봤지? ' 쪼그리고 앉아 냉이를 캐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냉이를 캐면서 살펴보니 부드러운 흙에서 자란 냉이는 잎사귀는 크고 좋은데 뿌리가 형편없이 가늘다. 반면에 땅이 단단하고 찰진 흙에서 자란 냉이는 잎사귀는 작지만 뿌리가 깊고 굵어서 캐면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만일 냉이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어떨까? 뿌리깊은 사람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 그대가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지라도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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