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9.04.28 8.러시아 할머니의 봄맞이
  2. 2019.04.25 봄날 산행
  3. 2019.03.11 봄날의 새싹들
  4. 2019.02.25 꽃눈
  5. 2019.02.15 너는 봄날인거야.

 주인 할머니는 75 세로 키가 작으시고, 안경을 쓰셨고, 인상 좋은, 전형적인 러시아 할머니들처럼 통통하십니다. 딸은 결혼해서 딸 하나를 낳았다는데, 손녀는 크루즈 선박의 승무원이래요. 평생 직장생활을 하셨고 퇴직 후엔 연금을 받아 생활하십니다.

 

 할머니는 봄이 오면 봄맞이 행사로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십니다. 축제를 위해서요.'마슬레니차(Масленица)'-2월 말이나 3월 초쯤 일주일 간의 봄맞이 축제. 춥고 긴 겨울이 끝남을 기뻐하며, 이 축제 기간 동안 블린(Блины 일종의 얇은 팬케이크에 꿀이나 잼을 발라 접어서 먹음, 연어알이나 치즈를 얹어 먹기도 함.)을 서로 대접하며 가족과 친지들을 방문한다. 마슬레니차에 실컷 먹고 잘 놀면 평생 행복하다고 믿는다. 이 기간에는 고기를 먹지 않고 버터(масло)를 많이 넣은 빵을 먹는단다.

할머니는 마슬레니차를 위해 블린을 많이 만드십니다. 이 축제가 끝나면 대사순절 기간(발음 그대로 쓰면 :벨리끼 뽀슷 Великий пост- 거대한,위대한 금식)이라 47일간의 금식이 시작됩니다. 금식기간이라고 해서 굶는 것이 아니라, 세속의 즐거움을 삼가고 자신과 타인과 신과의 관계 등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기간으로 삼으며 기도하는 기간인데, 고기와 술을 금하며 지냅니다.

 올해는 4월 28일인 오늘이 정교회 부활절(율리우스력)이네요. 금식기간이 끝나면 부활절입니다. 정교회 축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지요. 부활절에는 물들인 달걀과  부활절 빵 '쿨리치(kulich, куличи)'을 준비합니다. 건포도가 들어 있고 예쁘게 장식된 빵은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었어요. 교회에서 축성받은 후 빵과 달걀을 나눠 먹습니다.

 할머니의 부활절 계란을 삶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할머니는 평소에 모아 둔 양파껍질을 넣고 계란을 삶아요. 자연염료를 이용하는 것이라 붉은 색감이 아주 자연스럽고 좋아요.

그다음엔 러시아 정교회를 가서 초를 밝히고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하신 후 성화에 키스합니다.

 

 러시아 정교회 성화(икон이콘)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성화는 글을 모르는 신자들이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앙심을 그림으로 표현한 성스러운 작품입니다. 예수의 생애와 12 제자의 모습과 성모 마리아, 위대한 성인들을 그리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은 안드레이 루블료프(Andrei Rublyov 1360-1427)가 그린 삼위일체(The Trinity,Троица 크기 142 ×114 cm의 목판 1400년)라는 작품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 천사의  모습으로 구현된, 하나님의 형상은 무섭거나 위협적이지 않고, 마치 식탁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편안합니다. ( 나도 의자 하나 더 놓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 같은 아늑하고 평화롭고 조화로우며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헨리 나우웬 신부의 (삼위일체에 관한 묵상) 내용이 좋네요. 이 그림은 현재 모스크바의 국립트레티야코프미술관(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콘을 좋아해서 미술관 강의를 듣고 이 그림을 보러 자주 갔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마다 휴식을 취하던 장소예요. 시대가 좋아진 요즘은 검색하기만 하면 그림을 바로 볼 수 있으니 참 좋아요.

 

 아참, 봄맞이 이야기하고 있었지. 할머니의 봄맞이 행사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씨앗을 뿌려 모종을 키우는 것입니다. 고추가 아닌, 피망 씨를 직사각형 트레이에 거즈를 깔고 싹을 틔워 물로만 키우십니다. 창가에 놓고 정성껏 돌보지요. 파릇파릇 초록이 움틀 때, 이미 마음 속은 봄으로 가득 찹니다.  5 월이 되어 날이 많이 풀리면 기차타고 별장으로 가셔서 오이, 토마토, 피망, 야채들을 키우시느라 집을 비우십니다. 이 야채들은 커다란 유리병에 담겨 겨울을 나는 식량이 되지요. 할머니 오이피클은 정말 맛있어요. 별장 덕분에 저는 초가을까지 혼자 살 수 있지요. 할머니는 별장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지요. 밭을 가꾸고 정원을 돌보며 사는 것을 좋아하시니까요. 

사실 아파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잖아요, 할머니가 가장 짜증을 내는 순간이 있어요. 그건 바로 드라마를 시청할 때입니다. 한참 몰입해서 스페인어로 제작된 브라질 쪽 막장드라마 (더빙은 남, 여 구분 없이 성우 한 사람이 다 함.)를 보는데, 중간에 꼭 광고가 나온단 말입니다. 그 광고라는 것이 맨날 똑같은 말만 하잖아요. 그러면 할머니는 화를 내시면서 "아니, 드라마 보는 데 갑자기 왜? 알아들을 만큼 다 알아들었는데 왜 자꾸 보여줘? 우릴 바보로 아나? " 불쾌해하셨어요. 하하하! 귀여우셔. 아무리 이유를 설명해도 마찬가지였지요. 자본주의가 낯설으시니까요. 물건 값이 비싸다고 생각될 때는 옛날이 좋았다는 말씀도 가끔 하셨지요.

 

 곧 오월이네요. 모스크바는 겨울이 춥고 긴 만큼, 봄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던 장면이 생각나요. 자작나무 잎사귀들이 오늘과 내일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쑥쑥 자라는 것을 보았지요. 정말 놀라웠답니다. 비발디의 봄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되지요. 키가 큰 진노랑색 서양민들레가 가득 핀 지하철 역 공원도 예쁘고 신기했구요. 우리 학교 옆 넓은 묘지에서 쑥쑥 자라던 나무들 사이를 산책하던 시간들.. 묘지는 묵상하며 걷기에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인적이 드물기도 하고, 나무가 울창해서 제가 좋아하는 새들도 많았걸랑요.

모스크바는 숲이 많아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도시예요. 처음에는 좀 낯설어서 위축되고 불안했던 마음이, 러시아 할머니와 살면서, 사람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에 안정되어 갔어요. 외국인 기숙사에 살 때보다는 편안했던 것 같아요. 

Posted by heesand

2019. 4. 25. 09:06 풍경소리

봄날 산행

4 월 중순 관악산 

в середине апреля /사월 중순에 

 прогулка по горной тропе / 산길을 따라 산책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숭아꽃  (0) 2019.04.28
사월의 소나무숲  (0) 2019.04.26
조팝나무꽃  (0) 2019.04.25
배나무에 꽃이 필 때 цветок груши  (0) 2019.04.24
관악산 소나무와 진달래꽃  (0) 2019.04.23
Posted by heesand

엘더베리 

블루베리 


장미 

모란(목단) 


노랑 개나리 

아로니아


고개 쏘옥 내민 모습들이 아름다운 새싹들 !


'자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타세쿼이아가 살아가는 법  (0) 2019.04.14
쑥쑥 자라는 쑥  (0) 2019.03.24
죽음  (0) 2019.03.10
달과 그림자  (0) 2019.03.03
근원  (0) 2019.02.26
Posted by heesand

2019. 2. 25. 13:38

꽃눈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이건 눈물이 아냐 난 더는 울지 않아

단지, 네가 바람에 날려서.. 그래,  '네'가 눈에 들어와서 그래

..

이건 작별이야 포근한 햇살에 안겨 초록이 오기 전 

지난 날에게 손짓하는 비발디의 겨울인거야

..

이건 눈꽃이야 꽁꽁 언 손 발을 녹이는 너야 피가되고 살이 되어 녹아들 너야

우주만물이 즐거워 고요한 탄성을 발하잖아

..

그래, 이건 약속이야 따스한 햇살 아래서 초록이 오기도 전에 

그날에게 손짓하는 앙상한 나무전주곡인거야

..

네 밤만 자면 보름달이 뜨고, 스므 밤만 지나면 개구리가 깨어날거야

꽃샘바람 향기를 타고 그날이 오는거야

..

이건 더이상 아픔이 아냐 상처는 자양분이 되어 달빛을 품고 

그리움이 별이 되어  유성처럼 그날이 오는거야

..

그래! 아지랑이 피어나며 초록이 꿈틀대기도 전에 

연미복 차려 입은 제비가 돌아오시기도 전에  그날은 오는거야 

..

차디찬 겨울의 끝자락 그 오랜  인내 끝에 보라색 반지꽃으로 피어 날 너는

시리도록 푸르른 봄날인거야. 


겨울아이야!

그저 이 순간 순간 오늘을 걸어 가자 

지금, 어느 계절의 길목을 거닐든지 우리의 삶은 영원히 영원한 봄날인거야.

150219- 눈이 오시는 날의 풍경소리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암문  (0) 2019.02.21
snow  (0) 2019.02.20
버들강아지  (0) 2019.02.18
은행나무  (0) 2019.02.18
나무+빛+이야기  (0) 2019.02.17
Posted by heesand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sand play 자연 사랑
heesand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