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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9 로미!

2008. 7. 19. 18:30 Good Neighbors/to You

로미!

로미야,
여긴 오늘
태풍 '갈매기' 때문에 온종일 비가 내리고 가끔씩 천둥이 쳐.
거긴 날씨 어때?
난 비가 내리는 게 참 좋아.
빗소리도 좋고.. 잠도 잘 오고..
또 오래 묵은 먼지도 씻어주잖니.
오랜만에 시커먼 창틀 먼지를 닦고나니 기분이 상쾌해.
수도물을 쓸 필요도 없이 빗물을 받아서 걸레도 빨았지.
물 부족이 심각한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했다는 뿌듯함도 느낀단다.
사실, 수도를 틀기만 하면 물이 나오니까, 물이 정말 부족하다는 실감을 못하거든.
늘 인식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에게 물려 줄 지구는 메마른 사막 같을거야.

 내가 물을 절약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어.
유용한 미생물 발효액을 이용하여 빨래를 하는 거야.
쌀뜨물을 잘 받아서 미생물 발효 원액과 당밀을 조금 넣어 두면 발효액이 되지.
자기 전에, 발효액을 적당량 부은 물에 빨래를 담가 두었다가 다음날 빨면 돼.
두 번만 헹궈도 깨끗하거든. 결국 물을 절약하게 돼. 욕실 냄새까지 잡아주고, 미생물들이 물을 정화시키니까 좋고, 게다가 우리 피부에도 해가 없단다.
아니면, 자연세제를 써서 빨래를 담가 두었다가 세탁을 해도 마찬가지로 물이 절약되고
물을 다시 정화하는데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지. 게다가, 햇빛이 강한 여름이니까,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고 빨래를 널어도, 금방 마르니까 전기도 절약할 수 있단다.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할 여유만 있다면 자연을 살리는 일에 동참할 수 있을거야.

 빨래 이야기 하니까 생각난다.
난 시골에서 16 살까지 살았어.
우리 시골 동네 마을 중앙에 우물이 있어.
수도가 없던 시절엔 식수로도 쓰였지만, 나 어릴 때는 공동 빨래터였지.
고무다라에 빨래를 담아 머리에 이든지, 허리에 끼고, 바가지와 비누를 챙겨 빨래터로 모였어.
머리를 감을 생각이라면 샴푸도 챙겨야지.ㅎㅎ
원형 우물, 그 둘레에 빨래판 역할을 할 수 있는 화강암 돌판이 4개 있고, 그 주변은 밭과 논이 있어.
우물물은 자연적으로 솟아나서 넘쳐 흐르곤 했어. 참 신기했지.
논두렁 도랑을 따라 우물물이 흘러가지. 그 도랑엔 키 큰 미나리가 무척 많았단다. 미꾸라지들도 살았지. 아이들과 모여 봉숭아물 들인다고 돌맹이로 꽃과 잎사귀를 찧던 생각도 나는구나.
밤이면, 개구리들 울음소리가 정겹고,  반딧불이 쇼가 신기하고, 별이 총총 빛나던 마을이었어.
이건 비밀인데, 아주 더운 날엔, 아무도 모르게, 잘 살펴본 후에, 우물터에서 물을 끼얹으며 샤워를 했지. 우리집은 마을 중앙, 우물터에서 가장 가까운 기와집이었으니까, 게다가 우물가엔 봉숭아랑 옥수수가 심겨져 있고, 밭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해 있었으니 목욕이 가능하지.
그 시원함이란!
 풀벌레들과 함께 온갖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샤워를 한다는 것은 거의 신선과 비길 만큼의 호사를 누리는 생활이었구나!
 동네 어르신들은 날을 잡아 우물에 낀 이끼를 청소해 주었어.
일단, 우물물을 거의 바닥까지 퍼 낸 다음, 그곳에 사는 물고기들을 건져내고, 우물에 사는 물고기들은 금붕어처럼 빛깔이 무척 고왔단다.  돌을 박박 문지르고, 바닥의 돌맹이들 사이에 낀 이끼까지 닦아내야 해. 어린애들은 신나서 구경을 하곤 했지. 우물은 어른 키보다도 더 깊었으니 우리들 눈에는 얼마나 더 깊게 느껴졌는지..
 카메라가 생긴 어느 날엔가는 우물에 코스모스 꽃잎을 띄워 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고추잠자리들이 우물 위를 날아다니면 둥실 떠가는 구름과 함께 한 폭의 그림이 되었는데..
우물 안에서 달님과 별님은 하늘하늘 춤을 추곤 했지.

 그 당시엔 잘 모르고 누렸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소중한 추억이 되다니..
이젠, 그 우물은 이끼만 잔뜩 낀 채, 쉴새없이 도랑으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단다. 빨래판으로 사용하던 돌까지 이끼가 덮고, 빨래터로 가는 길조차 끊겨 밭길로 돌아가야 하지. 아무도 찾아주지 않으니 더이상 청소해 주는 사람도 없고.. 마을 사람들은 우물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잊어가고 있는 듯해.
전에 조카들과 함께 빨래터 사진을 찍었지만 보여주기 싫어. 너무 초라해졌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여전히 빛나는 모습으로 간직되어 있는 나의 우물!

 난 시골에 가면 꼭 그 우물을 만난단다. 내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우물가를 어떻게 잊겠니?

 내 마음 깊은 곳에 여전히 솟아나는 생명수 근원이 있음을 가르쳐 준 우물물이기에..
예수님 말씀 그대로, 생수의 강이 흘러 넘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우물이니까..
내 마음에 이끼가 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해 주는 고마운 스승이기에..
값없이, 목마른 이들에게 생수를 공급하는 우물처럼 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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