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피어나 저무는 해를 받고 있는 그령 한 무리가 동화속 같다.
그령의 꽃차례에 적자색의 잔이삭이 달려 있는데 바람이 불면 마치 꿈 속에 있는 것처럼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러해살이풀이며 7-8월에 꽃이 핀다. 게다가 지는 햇빛을 받아 더 멋지다.
어린시절 길가에 다른 풀들과 섞여서 자라나던 풀인데 이제야 그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령 그령" 좀 재미있는 이름이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학교 갈 때나 들길을 걸을 때 양 옆의 풀들을 묶어두곤 했다. 사람이 자주 밟고 다니는 곳과 경운기 바퀴가 지나가는 곳을 제외하면 ,길이라 하더라도, 풀이 무릎보다 높게 자라기 때문에 서로 묶일 수 있었다. 지나는 사람이 우연히 발에 걸려 넘어지도록 ... ㅋ ㅋ 더 우스운 일은 가끔 나 자신이 내가 묶은 풀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길가의 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정든 고향의 추억이 수시로 찾아와 나를 유혹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에서나 가능한 풀 묶기 장난. 이젠 시골길도 정비되고 포장된 길이 많아서 이런 놀이는 하기 어렵다. 아~ 아쉽다. 이번 추석에 시골에 가면 한 번 해 봐야지.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