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9.27 도토리와 나.

2008. 9. 27. 22:47 추억

도토리와 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어릴 때, 도토리는 우리에게 유용한 열매였어.  
아름드리 참나무 동산에서 나무로 만든 커다란 망치- 명칭을 잊었네 - 로 참나무 기둥을 쳐서 도토리를 떨어뜨렸지. "우두두두..." 소리를 내며, 소낙비 오듯이, 도토리가 쏟아지면 아이들은 열심히 그것을 주워 모았어. 이 일은 마치 가을 행사처럼, 도토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 되었어. 약속이나 한 듯이 아이들은 동산에 모여들었지. 나무망치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지면 듣기가 좋았어.  때로는 마을에서 좀 떨어진 산으로 도토리를 주우러 가기도 했지. 그 시절엔 간식거리가 부족했단다. 뒷방에 저장해 둔 고구마가 겨울철 간식이었으니까.

 엄마는 햇볕에 도토리를 말렸지. 잘 말린 도토리는 가루로 만들어서 도토리묵을 만들어 주셨어. 조카는 요즘에도 할머니표 도토리묵을 먹고 싶어 하지. 엄마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셨어. 두부도 뚝딱 만드시고, 찐빵도 가마솥 가득 쪄 주시고, 누룽지는 밥솥이 생기기 전까지 늘 먹었단다. 난 늘 조수처럼 엄마 일을 도왔어. 불을 때야 했으니까.

  빨간 고무다라에 있던 도토리가루는 물에 불려진 상태로 펌프가 있는 우물가에 놓여 있곤 했어. 며칠 동안 물을 갈아주면서 가라앉은 앙금으로 묵을 쑤지. 날이 추워지면 고무다라에 얼음이 얼기도 했던 것이 기억나. 가마솥에 도토리 죽을 끓일 때, 엄마는 커다란 나무 주걱으로 바닥이 타지 않도록 저어주곤 했어. 가끔 내게 그 일이 주어지기도 했지. 죽이 다 익으면 용기에 넣어 굳히는 거야. 김칫국에 도토리묵을 굵게 채썰어 넣어 먹으면 후루룩 후루룩 잘도 넘어가지. 아~ 먹고 싶어. 이젠, 믿고 먹을 수 있는 엄마표 간식이 그리운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오늘 만난 도토리들을 모아서 사진을 찍은거야. 물론, 도토리는 더이상 내 것이 아니야. 짐승들을 위해 남겨 주었지. 나무 아래서 도토리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아 근처에 다람쥐가 살고 있는 게 분명해.  요즘 겨울 준비로 한창 바쁘겠지?  
 

* 참나무 =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를 가리킨다. 이들 참나무가 맺는 열매는 도토리라 부르며 도토리묵을 해 먹는다.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0) 2008.10.05
햇볕이 좋아요.  (0) 2008.10.03
타다닥 딱 따다다닥 ..  (0) 2008.09.21
플라타너스는 부쩍 자랐군.  (0) 2008.09.21
토란잎 놀이  (0) 2008.09.21
Posted by heesand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sand play 자연 사랑
heesand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