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8.27 작년 솔방울에서..

2008. 8. 27. 19:41 추억

작년 솔방울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성 성벽 아래 소나무로 우거진 숲이 있다. 작년에, 가지치기를 하고 난 숲에는 예쁜 솔방울이 많이 붙어 있었다. 조카가 솔방울로 뭔가 만들고 싶다며 봉지 가득 모았다. 별을 만든다던 조카는 솔방울 삼각형을 만들었고 나는 그것을 벽에 걸었다. 나무로 된 벽과 잘 어울렸다. 그런데 오늘 놀러 온 아이가 그 삼각형을 내려서 구경하고 갔다. 거실을 청소하려던 내가 씨앗들을 발견한 순간 떠오르는 추억!

 우리집 시골 우물가엔 젊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주변엔 뒷집 할머니가 초록빛 우산처럼 생긴 토란을 심곤 했다. 봄이오면 연두빛 솔방울이 앙증맞게 열리고 여름이 오기 전 그 솔방울에선 노오란 꽃가루가 날린다. '송아가루' 라고 하는 그 가루는 떡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했다. 가을이 되면 솔방울은 갈색을 띄며 점점 단단해진다. 씨앗이 다 익을 무렵, 나는 아이들과 소나무를 흔들며 씨앗 떨어지는 장면을 즐기곤 했다.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씨앗들! 정말 춤추는 듯 아름답다. 손바닥을 펴서 씨앗을 받는 재미도 있고 가끔은 씨앗을 먹기도 했지.
 
  어느 겨울날, 예쁜 솔방울을 발견하고 방에 놓은 적이 있었다. 솔방울은 기지개를 켜듯이 움츠린 날개를 펴며 수 많은 씨앗들을 밖으로 내어 놓았다. 따뜻한 방 온도에 봄이 온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때 얼마나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는지...  죽은 듯 보이는 솔방울 안에 그렇게 많은 생명들이 있다니! 모래놀이를 했을 때도 나는 소나무 숲을 표현하기 위하여 솔방울 소품을 이용했었다. 씨앗을 품은 솔방울 안에는 수 많은 소나무들이 들어 있으므로 광활한 숲을 표현하기에는 제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솔방울은 초등학교 겨울과도 끈끈한 인연이 있다. 땔감이 부족했던 시절이었지. 겨울이 오기 전 아이들은 솔방울 한 포대씩을 주워 학교에 가지고 갔다. 교실을 따뜻하게 달구어 주던 난로 속 솔방울과 양은 도시락! 추억이 담긴 물건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는 오늘, 작은 소나무 씨앗에서 어린시절로 여행을 떠난다.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끼풀꽃  (0) 2008.09.15
논에 나는 피  (0) 2008.09.03
초콜릿 포장지- 장화신은 고양이  (0) 2008.08.26
모스크바 인형극장  (0) 2008.08.22
옛날 문고리  (0) 2008.08.01
Posted by heesand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sand play 자연 사랑
heesand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