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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15 생김새

2019. 3. 15. 18:00 아이들

생김새

생김새.

외모라고 말해도 좋고.

보육원에서 만난 아이들이 많았는데, 각자 다 고유의 생김새를 가지고 있지. 

DNA가 다 다르니까. 그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못생긴 아이도 있지.

희야는 얼굴도 그렇지만 배도 나오고 식탐이 많아서 살이 찐 상태였어.

눈꼬리는 쪽 올라가고, 입은 크고 넓고, 코는 낮은 주먹코, 머리는 약간 짱구형..

여자아이란 말야. 얼굴은 좀 큰 편이고, 뒤뚱뒤뚱 걷고 뛰어.

 

그런데,

그런데 말야, 희야의 웃는 얼굴은 천사야. 우는 얼굴은 더 천사지. 왜냐하면, 희야는 세 살 아이에 맞는 행동과 말을 하고 있으니까.. 그 모습 그대로 그냥 보시기에 심히 좋은거지. 자는 모습은 뭐 말할 필요도 없이 천사지. 코를 벌렁댄다고 해도..

 사실, 희야와 울고 웃으며 정이 드는 과정에서 외모라는 것은 더이상 별 의미가 없더라고. 이미 우린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관심이 있고,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니까. 좀 짜증나는 순간도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웃음 한 방이면 족해. 신나서 벙글벙글 대는 눈동자와 몸짓을 보면 정말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마음이 뛰어 올라. 


 나이를 떠나서, 우린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만난 거니까. 이 광활한 우주 어딘가의 지구라는 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 안, 바로 여기서 희야를 만난 건 기적이 아닐까? 난 이런 순간들 순간들이 기적 같아. 기적은 매일 일어나는 거. 단지 일상이라는 평범한 모습으로 기적은 일어나는 것. 이러한 기적의 순간을 그저 일상적으로 흘려 보내든지, 날마다 신기함과 감사로 맞이하든지, 아예 느끼지 못하든지, 무시하든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린 것.

이 세상을 어떤 마음과 자세와 태도로 살 것인지는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 아닐까? 그 대상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사물이든 실상이든 추상이든 상상이든 ..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 외모라는 것을 희야가 선택할 권한은 없는 거잖아. 그저 주어진 거잖아. 그저 희야가 희야 자체로 살아가는, 실존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거잖아. 세상에 단 하나 뿐이잖아. 세상에서 단 하나라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 오리지날 작품, 걸작, 인간문화제, 넘버원, 온리원, 보석..

하나밖에 없으니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지~! 네 안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단 말이야. 희야!, 넌 충분히 예뻐!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평가하고 자학할 필요 없지. 그저 주어진 것 안에서 최상의 모습이 되도록 가꿔 갈 수는 있어. 사람의 얼굴은 생김새가 아니라 마음새에 의해서 빛나는 것이니까. 그 빛남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세상이니까.

내가 나의 그대로를 수용할 때, 다른 사람의 모습도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


 벌써 오래 전 일인데, 어떤 남자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 때문에 만남을 지속 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 내가 내 부모를 선택한 것이 아닌데.. 종교가 있는 집에서 태어나든 아니든, 그런 건 내가 선택할 수 없고 억지로 바꿀 수도 없는 거잖아.

믿음을 강요할 수도 없잖아. 그 당시에는 정말 슬펐어. 평생에 처음 술이란 걸 마셨지. 혼자서 샴페인을 사다가 다 마시고 잠이 들었지. 샴페인? 그래 샴페인. 좀 달달한 거. 난 원래 술을 못 마시니까. 그래서 샴페인을 마셨지. 


참 잘했어. 축하해야 할 일인거지. 그 당시엔 고통스러웠지만.. 그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으니까. 살아가면서 거절을 하거나 이별을 할 때나 누군가를  만날 때, 나는 그러지 말자. 상대방이 선택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것들에 관해서 지적하거나 평가하지 말자. 그런 상처를 주지 말자. 

내 안에서 답을 찾자. 당신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이러저러 해서 그렇다고.. 당신과 헤어지는 것은, 당신이 이러저러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러저러한 당신을 내가 받아 수용할 만큼의 그릇이 준비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서로의 짐을 질 용기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남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나의 한계라고..


음... 

그러니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

알지?

다희야! 난 네가 그냥 너라서 좋은거야. 네가 남들과 달라서 좋은 거야.

네가 미인이 아니래도 상관없어. 그냥 너니까 좋은 거야. 네 웃음이 좋구, 네 울음이 귀엽고, 네 모든 표정들이 진실해서 좋은 거야. 꾸미지 않아서, 어색하지 않아서, 자연 그대로라서, 적어도 내 앞에서는 말이지.  


 어느 새 시간이 흘러 너도 성인이 되었겠구나.

하루 하루 너 자신을 아끼고 귀하게 여기고 잘 대접해 주면서 살길 바래.

너만의 색을 찾아가길 바래. 남과 지나치게 비교하지 않았으면 해. 

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니까. 

널 항상 응원해. 난 네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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