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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23 6-1 황금물고기 동화로 본 부정적 아니마의 모습

아니마(독일어의 Seeie, 심령)에서 , 아니무스는 독일어(Geist, 심혼)에서 빌려 온 라틴어 용어이다. 융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내적 인격(아니마, 아니무스) 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것은 집단 사회에 적응하는 가운데 형성된 외적 인격인 페르소나에 대응하는 무의식적 인격이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내적 인격의 표현은 남성에서는 주로 기분(mood)으로 나타나고 여성에서는 주로 의견(opinion)으로 나타난다.

아니마는 남성에게 영감과 창조적인 통찰을 갖도록 하는 예감, 개인적으로 배려된 섬세한 정감을 갖게 하는 무의식의 기능이다. 이것을 잃으면 남성은 융통성과 생동감, 창조적 아이디어를 잃어버려 경직되고 완고 해지며 일이나 말의 기계적인 반복을 일삼게 된다. 

아니마의 부정적 작용이 남성에서는 변덕스러운 기분과 짜증 섞인 잔소리로 표현된다. 부정적인 아니마는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네가 하는 일은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라고 속삭이는 내부의 소리로 나타난다. 이것은 남성의 용기와 배짱을 무력화시키고 모든 희망을 포기하게 하는 등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할머니의 기분을 따라가다 보면 부정적인 아니마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작은 소원에서 큰 소원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자. 

  1. 황금물고기를 살려주고 빈 손으로 왔을 때: 화를 내며 "새 빨래통이라도 달라고 해요"
  2. 새 빨래통이 생기자 마자: 한심한 영감이라며 심하게 화를 내며"아니 영감, 요 하찮은 빨래통 가지고 되겠어요? 새 집이라도 달라고 해"
  3. 새 오두막집을 얻자 마자: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욕하며 바가지 긁어대며 잔소리하며"겨우 작은 집 한 채라니요. 시커먼 농사꾼 아낙은 싫어요. 귀부인이 되어 사람들을 부리고 싶어요."
  4. 귀부인이 된 후: 남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쫓아내며 하인 취급함.
  5. 천하를 호령하는 여왕이 되고자 할 때 : 미친것 아니냐며 욕심을 버리라고 충고하는 남편 따귀를 때리고 위협함. "감히 귀부인에게 말대꾸를 해? 강제로 끌려갈 테냐?"
  6.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는 여왕이 되자: 남편을 무시하며 쳐다보지도 않고, 눈짓으로만 명령을 내려 쫓아내 버림. 폭군이 된 모습 
  7. 여왕 노릇이 지겨워진 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버려두었던 노인을 찾아 무서운 얼굴로 지시를 내림. " 용왕이 되어 바다와 온갖 물고기를 다스리고 황금물고기 시중을 받겠노라"  

부정적인 아니마는 화를 내는 것에서 시작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잔소리를 해대며 바가지를 긁는다. 화를 내는 정도가 심해지고, 남편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고, 바보 얼간이라며 욕하고 하대한다. 귀부인이 된 후에는 남편을 내쫓아 버리고 경멸하는 태도를 취하고 외면한다. 마지막에는 어디에 사는지 조차 몰랐을 정도다. 

 이런 상태를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융은 아니마를 의식화하려면 '아니마의 객관화'를 시도할 것을 권한다. 이는 어떤 불쾌한 기분을 나타내는 부인을 상상하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적극적 명상을 말한다. 이를 통해서 불명확한 그림자 같은 무의식의 아니마상이 보다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적극적 명상법은 꿈의 해석처럼 전문가의 지도를 필요로 한다. 

 일상에서 아니마의 객관화는 자기의 기분을 기술하고 왜 그런 기분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자신의 기분을 그림, 글, 춤 등 자신이 하고 싶은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남성의 아니마 의식화는 이성에 눌린, 혹은 남자로서의 무뚝뚝함을 페르소나로 삼는 과정에서 억압된, 정감을 되살리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정감을 말과 행위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소원을 전달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맡았다. 할머니가 여왕이 되어 천하를 통치하겠다는 황당무계한 소원을 갖자 적극적으로 충고하고 직언을 하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결정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한다. 어쩌면 할아버지의 자아가 점점 힘을 잃고 무기력해져 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할머니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도구(할머니와 황금물고기 사이에서 소원의 전달자) 로서의 역할만을 보여주는 상태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한 사람으로 가정하고 본다면, 할아버지는 부정적인 아니마에 사로잡혀 지배당하는 남성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다. 할머니는 자신을 평안히 쉬지 못하게 괴롭히는 잔소리꾼, 마귀할멈, 폭군인 여왕폐하, 광기 어린 미친 여자일 뿐이다. 그 미쳐가는 할멈을 거역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것만 같다. 그래서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황금물고기를 만나기 전의 가난하고 초라한 상태로 돌아갔다.   

흥미로운 것은 할머니의 욕심이 커져가며 광기가 더해갈 때마다 바다의 상태 또한 변화하는 것이다.

잔잔한 바다→ 찰랑찰랑 물결침→거센 파도→검푸른 바다, 사나운 파도→사나운 폭풍, 휘몰아치는 파도로 묘사된다. 

그리고 용왕이 되어, 무의식으로 상징되는, 바다를 다스리겠다는 마지막 소원을 전달했을 때 사나운 풍랑은 극에 달한다. 용왕님이 대로한 모습이다. 외적 인격인 페르소나에 편중된 삶을 살 때, 무의식은 의식세계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물결이 일듯이, 의식에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 반향은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서 전달되기도 하고,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감정이나, 꿈을 통해서나, 몸의 상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 무의식의 메시지를 소홀히 여기고 무시하며 외면할 때,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초라한 움막집에 살게 된 노부부처럼 가난해지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부자는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추구하는 만큼 내적 인격을 가꿀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사회적 얼굴과 내적 얼굴 모두를 가꾸는 사람이 멋지다. 

참고서적:자기와 자기실현 /이부영. 분석심리학의 탐구 3 /한길사

 할아버지의 의미심장한 대사를 기억했으면 한다. 나를 돌아보면서..

이런 말을 하거나 듣는 순간이 온다면, 바로 나를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마누라(남편)가 잔소리가 끝도 없어. 마누라(남편) 때문에 죽을 지경이야. 바로 저게 마귀구먼, 횡재했답시고 돼지새끼처럼 욕심만 부리고 남편(아내) 취급도 안 해주네. 마누라(남편) 광기가 나날이 심해지니.."  

Posted by hees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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