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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06 3.숲

2019. 4. 6. 12:05

3.숲

  kuskovo ( 18 세기 저택) 호수 맞은편 숲을 산책한다.

도로 반대방향으로, 얼어 붙은 호숫가를 따라 걷는다. 

그 끝엔 또 다른 길이 있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길. 

자작나무 울창한 숲 속에서 시간을 잊고 생각에 몰두한다. 어느덧 배가 고프다. 

여기 저기  벗겨진 채 쓰러진 자작나무에 걸터 앉아 물과 빵을 먹는다. 

'잔뜩 흐리네. 눈이 오려나?'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온다.

'여기가 어디쯤이지? 너무 깊이 들어온 걸까?'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심장은 요동치고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

 아무도 없다.

 눈보라 속을 헤매다.

 "눈보라" 속으로 휘말리다.


 "트루루루~트루 트루루루~"

나무들은 하늘을 전부 가릴듯이 울창하고 빼곡하게 자랐다. 

숨쉬기를 마친 사람들의 묘비명에 새겨진 이름과 숫자와 몇 줄의 삶의 흔적들.. 

" Dies irae, dies illa ~ 진노의 날, 그날 Requiem aeternam eis, Domine,  끝없는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레퀴엠이 흐른다. 

1968.09.06 ~ ? 

" 아직 때가 아니야."

"누, 누구세요?"


 함박눈이 온다.

비가 내린다.

따스한 햇살에 눈이 부신다.

새싹이 돋아난다.

순식간에 자라더니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깊은 동면에 든다.

바람이 분다. 

이중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세상.

다시 눈이 내린다.

" 우로보로스"

한 순간도 멈춰 서지 않고 생과 사를 넘나든다. 


 황금가을 (러시아의 아름다운 가을을 일컫는 표현) 숲  고즈넉한 호수에 비친 너.

눈이 부시도록 빛나.

"트루 트루 트루루루~"

가슴 붉은 울새 소리에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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