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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07 4.역설

2019. 4. 7. 16:52

4.역설

  무궁화꽃 가지와 가지 사이에 무당거미 암컷이 삽니다.

해가 질 무렵부터 흔들 흔들 바람을 타며 기둥을 세우고 살을 붙입니다.

살과 살을 연결하며 빙글빙글 돌면 방사형 거미줄이 완성됩니다.

생의 수레바퀴 같아요. 

물방울을 주렁주렁 달고 아침의 태양을 반사하는 거미줄은 멋있습니다.

( 새벽안개와 거미)라고 검색하시면 사진이 나옵니다.  

노랑, 회색, 검정, 빨강, 등과 배에 그려진 신비한 문양, 검은 긴 다리에 노랑띠까지 세련된 패션을 자랑합니다. 

평소엔 죽은 듯 정지해 있지만, 먹이가 걸리면 순식간에 거미줄로 칭칭 감습니다.

거미줄 감옥에 갇힌 자에겐 희망이 없지요.

잡아 먹힘을 당할 수 밖에.. 그러나 죽음이 끝은 아니지요.

다음 생엔 수많은 작은 거미들로 환생하니까요. 

죽음 후 부활하여 먹이사슬의 다음 단계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지요.

심지어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인 배설물까지도 흙과 만나 자양분이 되어 꽃과 나무를 키웁니다. 그 나무들 사이에서 아기 거미는 자라나 새 집을 짓겠지요?

그 나뭇가지 사이에 새들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겠지요. 

녀는 파리, 모기, 벌, 잠자리,사마귀.. 작은 곤충을 먹고 삽니다.

어느덧 파스텔 색조로 하늘이 물들어 갑니다. 

무당거미의 집은 여기 저기 구멍이  뚫리고 망가진 모습이네요.

그녀는 길 잃은 거미줄을 재활용하여 온전한 모습의 새 집을 짓습니다

내일을 꿈꾸며..

무당거미는 3 중 거미줄을 친대요.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입니다. 

새들의 공격을 피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양이 되는 거미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다음 생에선 새가 되어 하늘을 날 거예요.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잡아 먹고 먹히는 관계를 통해 생태계가 순환하고 있으니까요. 


 거미줄에 걸려 든 작은 곤충처럼 느껴지던 순간이 있습니다.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내가 내 몸을 컨트롤 할 수 없었어요.

오래 지속되지는 않고 지나가지만, 자아가 의지력을 동원해도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의식의 자아가 무언가 무의식적인 충동에 의해 점령되어서 옴짝달싹을 못해요.

내면에서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 분명합니다.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sign 같아요.

그 표식을 말을 못하는 증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거미줄 감옥 같아요.

죽어서야 풀려나는 감옥이지요.


 사춘기 때 선택적 함묵증을 경험했지만,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맺는 연습을 했어요. 착하고 순수하며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제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았지요. 많이 변화한 제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는데.. 그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기분이 다운되는 날에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거예요. 귀가 트여서 80% 를 이해하는데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거나,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습니다. 

언어연수 중인데, 입이 열리지 않는다면, 산 송장과 다름이 없잖아요. 

이런 순간을 몇 번 겪게 되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내면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 도대체 나는 누구고 낯선 너는 누구냐?' 

나를 해부할 필요성을 느꼈기에, 유아교육심리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지요. 다른 과는 관심조차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신기해요. 이런 게 콜링인 것 같아요. 역설적이게도, 거미줄에 걸려 들고 나서야 제 길을 찾게 되었네요. 우연이 아닌 거예요. 어쩌면 운명인거죠. 

 교육대학 건물은 학과마다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었는데, 저는 남서쪽 기숙사에서 북동쪽에 있는 학교로 한 시간 넘게 통학했어요.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트램을 5 분 정도 타고 가면 나오는 지하 1층, 지상 4 층의 작은 벽돌 건물. 학교가 너무 멀어서, 방 하나와 부엌, 욕실이 있는 아파트에서 자취를 시작합니다. 주인 할머니랑 한 방에서요. 하하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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