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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3 논에 나는 피

2008. 9. 3. 07:09 추억

논에 나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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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경지인 논에서 발견한 물피. 물피들의 천국이다. 7-8월에 꽃피는 한해살이풀로 80-100cm 높이로 자라며 잎은 30cm 정도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벼가 자라난 논에 삐죽삐죽 솟아나와 있는 물피를 뽑는 농부의 모습을 많이 보고 자랐다. 피를 발견하고 허리를 굽혀 조심스레 피를 뽑은 후 손에 모아진 피는 논둑으로 던지는 것이다.
  아버지는 논에 다녀오실 때마다 맛있는 우렁이를 잡아 오시곤 했다. 꼬들꼬들한 우렁이의 맛은 골뱅이보다 연하고 부드럽게 씹혔던 것으로 기억된다. 엄마 심부름을 갈 때마다 논에 뱀이 많아서 길을 잘 살펴야 했다. 뱀이라도 나타나는 날엔 도망치느라고 노랑 양은 주전자에 든 미숫가루 탄 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살아있는 산과 들이 그립다. 내가 어릴 때는 정말 뱀이 많았다. 거머리에 우렁이에 미꾸라지까지... 밤이 되면 여름마다 반딧불이가 별쇼를 벌이기도 했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움직이는 지상의 별들을 소주병에 잡아 주경야독했던 선비들 흉내내느라 전기도 끄고 책을 읽기도 했다.

  하찮게 보이고 벼들 사이에서 천대받는 물피지만 무리지어 피어 있으니 멋스럽다.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바람의 세기에 따라 잔잔한 파도가 되었다가 강한 파도처럼 소리를 내기도 하는 것이 재미있다. 논둑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이처럼 떠오르는 추억들이 많은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아~ ~ 다시 먹어보고 싶다. 아버지께서 잡아오신 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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